'조기 대선' 가시화에 세 불리는 비명계…이재명은 통합 행보
  • 김세정 기자
  • 입력: 2025.02.14 00:00 / 수정: 2025.02.14 00:00
비명계 플랫폼 '희망과 대안' 포럼 출범…대선 경선 룰 언급도
이재명, 김경수 만나 1시간 대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13일 비명계 잠룡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나 통합 행보를 시작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당내 역학 구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박헌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13일 비명계 잠룡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나 통합 행보를 시작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당내 역학 구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비명계(비이재명계) 정치인들의 연대를 위한 포럼 '희망과 대안'이 공식 출범한다. 조기 대선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견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이 대표는 비명계 잠룡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나 통합 행보를 시작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당내 역학 구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양기대 전 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포럼 '희망과 대안'이 출범한다고 밝혔다. 양 전 의원은 "대결과 증오가 지배하는 대한민국 정치를 확 바꿔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리더십 창출에 조금 더 기여하고 싶다는 측면에서 시작했다"며 "중앙과 지방의 청년 인재를 포함해 참신한 정치세력이 새 주역으로 등장할 길을 모색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미래 비전을 논의하는 공간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이 대표와 당내 이재명 체제에 대한 견제 성격으로 보인다. 양 전 의원은 비명계 원외 모임인 '초일회'의 간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포럼에는 최문순 전 강원지사가 상임공동대표로 참여하며 18일 예정된 출범식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두관·박용진 전 의원,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등이 초청됐다고 한다.

양기대 전 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포럼 희망과 대안이 출범한다고 밝혔다. /김세정 기자
양기대 전 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포럼 '희망과 대안'이 출범한다고 밝혔다. /김세정 기자

양 전 의원은 "민주당도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눈총과 비난을 받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도 위기이고, 당을 대표하는 이 대표도 위기에 처했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이 간절한 바람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도 있고, 이 대표로 정권교체가 가능할 건가 하는 의구심이 커지는 게 현재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 전 의원이 공정한 대선 경선 룰을 언급한 것도 '이재명 견제'라는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그는 "지금의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받으려면 누가 봐도 민주적 절차에 의해 대선후보가 결정되고, 과정도 공정한 룰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민주당이 하나 돼 대선을 치르기 위해선 이 대표가 기득권을 어느 시점에서 내놓고 누구든 수긍할 수 있게 대선 경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통합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친노(친노무현)와 친문(친문재인)의 '적자'로도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이날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김 전 지사 등 비명계 인사들이 연이어 자신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자 이들을 배척하기보다는 포용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시간가량 진행된 회동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지사는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김 전 지사가 주장한 '상처 입고 당을 떠난 분들을 보듬어야 한다'는 취지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두 사람이 이번 만남을 기점으로 통합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 대표가 껄끄러울 수 있는 문제를 김 전 지사가 직접 거론했고, 두 사람이 개헌 논의에 대해선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 대표는 통합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친노(친노무현)와 친문(친문재인)의 적자로도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이날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박헌우 기자
반면 이 대표는 통합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친노(친노무현)와 친문(친문재인)의 '적자'로도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이날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박헌우 기자

김 전 지사는 모두발언에서 "팬덤정치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며 "우리 당은 더 다양해져야 한다. 다른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극단과 배제의 논리는 반드시 극복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성 지지층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아울러 이 대표의 최근 우클릭 행보를 겨냥해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우리 당의 정체성이나 노선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은 민주적인 토론과 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당원들도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김 전 지사가 주장한 개헌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사실상 거절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새미래민주당의 전병헌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의전적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쓴소리를 시작한 분들을 순차적으로 만나 다른 견해를 듣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본질은 '입틀막'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소외됐던 비명계의 대표 인사들을 만나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선에서도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후보 교체론이 나올 수 있는데 이를 대비해 비명계를 만나 협조를 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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