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기일을 8차까지 진행하면서 재판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두 달여 간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 및 구속 등 전 사회를 뒤흔드는 주요 장면들이 이어졌는데,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을 마치며 9차 변론기일을 오는 18일 오후 2시로 추가 지정한다고 밝혔다.
8차 기일은 앞서 헌재가 일괄지정한 마지막 변론기일이었다. 9차 외에 추가로 더 변론을 이어갈지는 미정이다.
전례를 감안하면 1~2회 더 변론을 진행하더라도 사실상 탄핵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변론 종결 뒤 선고까지 약 2주가 걸렸다. 지난 두 달여 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린 대통령의 거취가 조만간 결정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던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25분쯤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지난 1979년 이후 45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북한 공산 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야당이 공직자 줄탄핵과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을 마비시켰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에서 45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고, 전시와 같은 비상상황도 아니었기에 대다수 국민들은 당혹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윤 대통령도 당일 오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통상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국회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국회를 봉쇄한 군경을 뚫고 본회의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190명이 모였고, 오전 1시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해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다 오전 4시 20분 다시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발표했고, 약 10분 뒤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안이 의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야6당은 당일 오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표결 불참을 결정하면서 7일 첫 표결은 범야권 의원 192명과 국민의힘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만 참여해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야6당은 12일 두번째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그 사이 검찰, 경찰, 공수처가 각각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나서 주요 인사들을 소환하는 한편 압수수색을 벌였고, 탄핵을 촉구하는 여론도 거세게 타올랐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탄핵 반대라는 당론은 유지했으나 표결 참석은 개별 의원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고, 14일 본회의에서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됐다.
이후 헌법재판소와 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을 준비하는 가운데 경찰과 공수처, 국방부가 공동으로 꾸린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를 본격화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12월 30일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고, 다음날 영장이 발부됐다.
체포영장 집행이 가시화되자 한남동 관저 앞은 윤 대통령 지지층과 탄핵 찬성측 집회가 이어지며 일촉즉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공수처는 1월 3일 오전 8시쯤부터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대통령 경호처 등이 막아서면서 대치가 이어지자 5시간 여 만에 현장 인원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집행을 중단했다.
공수처는 기한 연장을 위해 체포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 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사임했고, 경찰은 경호처 강경파로 꼽히는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이후 공수처와 경찰이 1월 15일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고, 경호처도 1차 때와 달리 사실상 협조하면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체포가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후 2분 48초 길이의 영상 메시지와 6780자에 달하는 친필 입장문을 공개하며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항변했다. 반면 공수처에서는 체포 당일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조서 열람과 도장 찍기도 거부한 데 이어 이후에도 전혀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1월 17일 내란 수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19일 오전 2시 50분 영장을 발부했다. 현직 대통령의 구속도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어 건물로 들어가 기물을 파손하고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정에 섰다. 1월 21일 3차 변론기일부터 전날 8차 변론기일까지 매번 출석해 직접 증인을 신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변호했다. 비상계엄은 정당했고, 실제로 국회의원 체포 등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5차 변론기일에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호수 위에 뜬 달의 그림자를 좇아가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면 정치인들을 체포했다든지 누구를 끌어냈다든지 어떤 일들이 실제 발생했고, 현실적으로 발생할 만한 가능성이 굉장히 높을 때, 경위나 지시에 대해 수사나 재판에서 얘기가 된다"며 "이번 사건을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