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팬덤정치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다양성과 비판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자신을 향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수위 높은 비판에 대한 반응으로도 해석된다.
임 전 실장은 12일 자신의 SNS에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공격하다"는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임 전 실장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팬덤정치는 매우 위험한 민주주의의 적이 됐다"며 "일단 팬덤이 형성되면 일종의 종교 집단 같은 성격을 드러낸다. 경쟁하는 상대와 정당을 이단시하고 내부의 다양한 해석과 비판을 불허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지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보여주듯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민주주의 제도와 틀을 송두리째 의심하고 파괴하려 든다"며 "폐해를 줄이기 위한 자정 노력이 없다면 우리 모두는 예외 없이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임 전 실장은 "지지자들을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정치지도자들의 품격과 철학"이라며 "윤 대통령이 체포 당일에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신문이나 방송 대신 유튜브를 많이 보라고 했다는 뉴스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포퓰리즘과 네거티브의 유혹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정치인들이 팬덤층의 낙점을 받기 위해 영혼마저 팔고 있는지 우리는 보고 있다"며 "멀쩡한 사람들이 대체 왜 저러는 걸까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최근 이재명 대표를 향한 날 선 발언으로 강성 지지층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대표 옆에서 아첨하는 사람들이 한 표도 더 벌어오지 못한다"라며 "갈라치고 비아냥대며 왜 애써 좁은 길을 가려는지 안타깝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메시지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상 이 대표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 전 실장은 "팬덤정치의 또 다른 약점은 지지층과 국민을 착각하게 만드는 점이다. 지지층의 저주를 받는다는 것은 대중 정치인에게는 공포 그 자체"라며 "정치인이 팬덤의 영지를 벗어나 관용과 포용, 절제와 인내로 스스로를 연마할 때 비로소 국민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적 정권교체를 고대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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