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든 국면에서 국민의힘은 연일 헌재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극우 세력이 헌재에 대한 도를 넘는 비난과 선동, 협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사법부 침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연일 헌재를 겨냥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의 심판 절차가 불공정하고 정치적 편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증거 법칙을 자기들 마음대로 조작하기까지 하면서 증거를 채택하는 몰상식한 짓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일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 함께 윤 대통령 이날 헌재에서 열리는 탄핵 심판 변론 방청에 나섰다.
12·3 비상계엄 관련 기소된 군인들 등 검찰 신문조서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증거로 쓰겠다는 헌재 방침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형사소송법에 따라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 검찰 조서는 재판 증거로 쓸 수 없고, 헌재의 탄핵심판은 형소법을 준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헌재의 태도는 헌재법, 형사소송의 대원칙, 공판중심주의를 모두 무시하는 것"이라며 "헌재 스스로 불신을 자초하고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했다.
여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우리법연구회 출신 재판관을 한 명 더 늘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라면서 "헌재는 마은혁 후보자 임명 관련 일정을 일단 중지하고, 쟁점이 없는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심판부터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특히 헌재의 공정성을 지적했다. 권 위원장은 "누구 봐도 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독립성을 보장해달라고만 하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인과관계상 한덕수 대행 탄핵소추 이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했는데, 헌재가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보류 건을 먼저 다루는 것을 지적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 탄핵 심판 지연과 탄핵 불복 의도가 의심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헌재가 한 대행 탄핵 심판에 나서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더 늦어져 여당은 시간을 벌 수 있다. 또, 향후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보일 수 있다"라면서 "보수가 명백히 극우로 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최 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보류 권한쟁의 심판 변론 절차를 종결하고 추후 선고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헌재를 향한 압박을 지속할 전망이다. 최 대행이 임명 조건으로 내건 마 후보자 임명에도 합의하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 권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 임명보류 관련 권한쟁의 심판과 관련해 "헌재의 결정이 나오더라도 임명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종반부에 접어들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와 8차 변론기일이 이날과 13일 진행된다. 헌재가 지정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기일은 8차 변론이 마지막이다. 아직 추가 변론 일이 지정되진 않았다. 그대로 변론이 종결되면 3월 중 탄핵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여당이 헌재를 강하게 압박하며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찬반론이 팽팽하게 맞붙는 가운데 윤 대통령 측과 여권은 연일 비상계엄의 당위성과 헌재의 불공정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이는 장외 여론전을 염두에 둔 지지층 결집 시도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주말 대구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시민 5만2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이번 주말에는 울산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헌재 건물 도면을 공유하고 사전 답사를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사법부 침해 우려는 커지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극우 세력이 '선'을 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다만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떠한 폭력이나 폭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면서도 "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