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살을 에는 강력한 한파가 한반도를 덮쳤다.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강추위까지 닥쳤다.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여야는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 몰두하는 '정치꾼' 같은 모습이다. 국민에게 희망보다는 절망을 안기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차기 권력을 둘러싼 여야의 견제와 공세가 민생 챙기기보다 잦다. 대권 잠룡들도 잰걸음을 재촉하는 가운데 상대를 깎아내리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에 대해 '경고성 계엄'이고 '내란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정치 양극화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정치권의 책임 있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윤석열 "호수 위 달그림자" 언급 도마에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언급한 '호수 위 달그림자'라는 표현이 긍정·부정의 의미로 확산되고 있어.
-윤 대통령은 4일 열린 5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호수 위에 뜬 달의 그림자를 좇아가는 느낌"이라고 밝혔어. 비상계엄 과정에서 실질적인 무력행사, 그리고 이에 따른 유혈사태와 같은 일이 전혀 없었으니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거지. 그는 "예를 들면 정치인들을 체포했다든지 누구를 끌어냈다든지 어떤 일들이 실제 발생했고, 현실적으로 발생할 만한 가능성이 굉장히 높을 때, 경위나 지시에 대해 수사나 재판에서 얘기가 된다"며 "이번 사건을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부연했어.
-언뜻 시의 한 구절 같기도 한 표현을 법정에서 사용하면서 화제가 되는 분위기야. 지지층에서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절묘하게 비유했다며 퍼 나르고 있어. 반면 윤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쪽에서는 어록이 하나 늘었다며 비꼬는 분위기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 대통령의 과거 일화에 빗대어 '호스 위 달그림자'라는 문구와 풍경, 대통령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도 올라왔어.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KBS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학생 때까지 아버지에게 고무 호스로 맞으면서 자랐다고 회고했지. 민주당에서는 동해 심해 가스전을 탐사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첫 시추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자 이 언급을 인용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호수 위 달그림자였다"고 꼬집기도 했어.
-윤 대통령은 법정에서 자기방어를 위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공격하는 모습도 보였어.
-6차 변론기일에서 곽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이 데리고 나오라고 한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이 맞느냐는 질문에 "정확히 맞다"고 답했어. 그러자 윤 대통령 측은 곽 전 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유튜브 '김병주 TV' 등에 나와 당시 윤 대통령과의 통화 횟수를 여러 번 번복했다고 지적했고, 국방위 등 증언 내용과 검찰 진술 내용이 '끌어내라'와 '데리고 나와라'로 다르다며 진술이 바뀌었다고 주장했어. 윤 대통령이 직접 발언권을 얻어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을 반박하기도 했어.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회를 장악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한 핵심 증인이야. 곽 전 사령관의 진술 신뢰성을 문제 삼으면서 탄핵 심판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보여.
-앞서 윤 대통령 측은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을 두고 '의원'이 아니라 '요원'이었다는 주장을 제기했어. 이를 두고 말장난 같다며 '바이든-날리면'이 떠오른다는 사람이 많았지. 이런 식으로 계속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충성했던 부하를 깎아내리면서 제 살길을 찾는 듯한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는 반응도 나와.
◆이준석 또 막말? 한동훈 겨냥 "손자 볼 나이" 조롱 논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또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고?
-응. 과거에도 막말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된 적 있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돼지 눈으로 세상을 보면 돼지들만 보인다"고 말했던 것도 기억나지? 이 의원의 거친 발언이 이번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했더라고.
-무슨 일이야?
-한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친한계 인사들이 '정치권 세대교체'를 앞세우며 1973년생 이하 정치인들의 모임 '언더73'을 만들었는데, 몇몇 친한계 인사들이 이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냈어. 류제화 세종시 갑 당협위원장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홀로 하는 정치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 의원도 언더73에 합류하는 걸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지.
-이에 이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53세면 예전 같으면 손자 볼 나이지 세대교체를 선도할 나이는 아니"라며 "그런 사람들한테도 이용당할 이유도 없고 여유도 없다"고 선을 그었어. 한 전 대표를 향해 본인의 나이 위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비난했지. 이 의원은 "대한민국의 평균 연령이 45세인데 한 전 대표는 이미 한국 나이로 53살"이라며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원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비판했어.
-1973년생 한 전 대표와 1985년생 이 의원은 띠동갑 차이야. 한 전 대표는 이미 2명의 2000년대생 자녀가 있는 가장이야. 반면 이 의원은 현재 미혼이지. 올해 결혼하더라도 한 전 대표와 동갑이 되는 시점에 손자를 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거든. 이에 누리꾼들은 이 의원을 향해 "너는 안 늙냐?" "마흔 살에 장가도 못 간 네 인생이나 걱정해라" 등 강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어.
-이번처럼 정치적 비판이 아닌 나이를 공격하는 인신공격성 조롱은 국민에게 거부감을 줄 수밖에 없어. 사이다와 조롱은 한 끗 차이인데 이번 발언은 후자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아.
◆'반도핑'에 진심인 北?...영문 번역 제공까지
-북한이 '반도핑기구' 누리집을 신설했다고?
-응. 북한 포털 '광야'가 소개하는 여러 사이트 목록에 '명예'라는 새로운 누리집이 발견됐어. 이곳 메인 화면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반도핑기구'라는 제목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반도핑기구는 민족반도핑규정을 채택하고 그에 따라 도핑검사와 반도핑교육, 결과처리 등 모든 반도핑 사업을 책임지고 진행한다"는 소개 글이 올라와 있지. 해당 누리집은 조선어(북한말)와 영어로 전환되도록 구축돼 있고 반도핑규정, 반도핑교육, 도핑검사 등의 목록으로 구성돼 있어.
-다만 공개된 문서는 아직 없더라고. 누리집이 개설된 지 얼마 안 된 터라 자료 게재는 시간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 대신 3장의 사진 자료는 올라와 있어. 도핑 검사가 시행되는 모습과 지난 2018년 11월 유네스코의 '제1차 모두를 위한 반도핑 교육 계획'이 열린 사진이었지. 지난해 2024 콜롬비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선수들의 사진도 있었어.
-북한이 반도핑에 진심(?)이란 점을 호소하고 있는 것 같네?
-북한은 그간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로부터 도핑 규정 위반국에 여러 차례 지정된 바 있어. 이에 따라 지난 2022년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총회를 열고 반도핑 사업 개선책을 논의할 정도였지. 북한이 최근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국제 규범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북한은 최근 FIFA U-20, U-17 여자 축구 월드컵을 연이어 제패했거든.
-북한이 49년 만에 메이저 탁구대회를 유치한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여. 북한은 2028년 아시아주니어탁구선수권 대회의 평양 유치를 이뤄냈어. 이대로 진행만 된다면 1979년 평양에서 열린 탁구세계선수권 이후 첫 메이저 탁구대회 유치야. 북한이 스포츠에서만큼은 국제 질서를 벗어나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셈인데 다른 분야(?)에서도 이를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지?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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