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김시형 기자]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들의 과격 행동이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이들이 최근 동덕여대 학생들과 면담을 가진 의원들을 찾아 비난과 욕설을 쏟아내며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취소시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대표의 대선 행보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가 주였다.
복당을 신청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도 "개X아치"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의 극단적 목소리가 당 의사결정을 넘어 이 대표의 행보에까지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여성위원회 주도로 이날 국회 소통관에선 '동덕여대 학생인권 침해 규탄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전날 돌연 취소됐다. 동덕여대 관련 이슈가 국회 교육위원회의 소관이어서 당이 나서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였지만 강성 지지층들의 집단 항의가 주된 원인이라고 몇몇 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민주당 의원 몇몇은 지난달 17일 동덕여대 재학생 5명과 국회에서 만났다. 남녀공확 전환 추진을 두고 학교 측과 갈등을 빚었던 학생들을 만나 고충을 듣는 자리였다. 의원들은 학생들과 함께 기자회견과 토론회도 추진하고, 국회 차원에서 동덕학원의 사학비리 의혹까지 조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보도된 후 이 대표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의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했다.
다수의 커뮤니티를 살펴본 결과 동덕여대 이슈를 둘러싼 강한 비판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학생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이라며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고, "(기자회견을) 철회하라고 문자 보내라"며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올려놓은 글도 있었다. 댓글에는 "페미 옹호하던 X", "시XX들 지X을 하고 자빠졌네", "친문 수박X" 등 혐오적 표현이 담긴 욕설이 난무했다.
또한 "다음 공천은 없다", "지도부에서 해당 의원들에게 경고를 줘야 된다", "당 차원에서 못 하게 막아야 한다", "아직 숙청이 덜 끝났다", "징계위 열고 제명시켜라", "동덕여대 발언 순간 바로 당에서 제명시키는 등 초강수를 둬야 한다. 본인 정치생명 아작나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등 지지자로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표현도 다수 있었다. "정무 감각이 X도 없는 것 같은데 정치 그만두라고 어제 문자 세게 보냈다"며 간담회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의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도 주장했다.
이들 강성 지지층의 반발은 동덕여대 이슈와 당이 엮이는 게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강성 지지층 일부는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가 0.73%P차로 패배한 것이 2030 남성의 표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해 여성 이슈에 강한 거부감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 일부 글에는 "대선에 또 X뿌릴려고 작정했는지" 등의 표현이 담겨 있기도 했다. 앞서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폭력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학생들은 학교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에서 당사자로서의 권리를 철저히 무시당한 것이 분노한 것"이라고 동덕여대 사태를 평가했을 때도 진 정책위의장 개인을 향한 비판이 들끓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의 지지가 과격한 언행이나 행동으로 표출되면서 당내 분열을 심화시키고 2030여성이나 중도층 유권자들에겐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지자로 보이는 네티즌은 "민주당 이제 페미 좀 가져다 버리면 안 되나. 어차피 이제 안 빨아줘도 2030여자는 다 민주당 찍잖아"라며 극단적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젠더 문제뿐 아니라 이들의 공격은 이 대표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잠룡들에게도 거침없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경남도당에 복당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 지지자로서 절대 반대한다", "그 입 처닫아라. 이재명 대선 막으려고", "회복불능 상또XX 인증", "이거 완전 윤석열이네", "개X아치 김경수" 등의 거친 표현을 사용하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지지자들의 '수박몰이' '문자 폭탄' 문제로 한때 곤란에 처했던 이 대표지만 이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기 어렵기도 하다. 일정 거리를 두려 하면서도 '당원 주권 강화' 등을 주장하며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더 담겠다고 밝힌 게 이 대표와 친명계이기도 하다.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을 경험했다는 한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당을 향한 합리적 목소리, 그리고 국민들에게 호소력이 있을 수 있는 목소리가 강성 지지층 때문에 상당수가 묻힌다"라며 "결국 이 대표에게도 좋은 영향을 못 미친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말릴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는 더욱 과격해질 것이라며 당과 이 대표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에 대해선 더더욱 좌표를 찍어 공격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이 예상된다"며 "(이 대표의 당선에) 플러스냐 마이너스냐는 따져봐야겠지만 표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과격 행위들은 자제해달라고 분명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항의에 당이 동덕여대 이슈를 황급히 묻은 것에도 비판이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 대표가) 중도나 실용주의 쪽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런 것과 어긋나서 유보한 게 아닌가 싶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다른 목적 때문에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동덕여대 문제는) 회피하거나 도망가는 방식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정치권이) 젠더 갈등, 젊은이들의 문제를 풀어야 되지 않나. 최소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봐야 하는데 교육위 문제라고 쏙 빠져 버리는 건 책임정당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리할 때만 참전하고 불리할 땐 빠지는 태도는 이중적"이라며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데 이익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어떻게 신뢰를 주겠나"라고 물었다.
최 평론가는 "팬덤과 훌리건은 구분해야 한다. 훌리건은 지지층의 올바른 의사가 아니다"라며 "(2030 여성들이) 너희들이 어디 가겠나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곤란하다"라고 했다. 박상병 평론가도 "(강성 지지층의 과격화는) 이 대표가 자초한 거다. 그들은 이재명만 보고 이재명에게 도움이 되면 좋은 거고 도움 안 되면 안 좋다는 판단을 한다"며 "이 대표의 운명에 당의 운명까지 좌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