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동현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전 세계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한국은 대미 외교의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해 보면 대미 소통이 부진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2주 차 만에 자신의 영향력을 세계 곳곳에 과시하고 있다. 북한에 대화 재개 신호를 보내고, 중국을 비롯한 멕시코와 캐나다 등에 무역 전쟁을 선포하는 식이다. 한국은 미국의 최대 우방국으로 꼽히지만 공교롭게도 소통 자체가 결핍된 상황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조차 이루지 못했다. 한미 소통 부재 우려는 지난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보다 열악한 상태다.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이 10여 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
이웃 나라인 일본과 비교해 보면 현실은 더 냉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대미 전략에 심혈을 기울였다. 일례로 일본 측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확정 전부터 비밀리에 '트럼프 대책 회의'를 꾸려 대비했다.
이러한 일본의 철저한 물밑 작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관례를 깨고 외무상이 직접 취임식에 참석한 데다 일본 각료로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따낸 것. 반면 한국은 주미대사가 참석하는 관례에 그쳤다. 우리 정부의 트럼프 취임식 공식 참석 여부도 외교부는 일주일 전까지 발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한일 간 대미 외교의 간극은 더 벌어지는 분위기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오는 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나선다. 일본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 협상과 방위 강화 등 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시바 총리는 일본에 대한 관세 확대를 막기 위한 조치를 제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대미 수출로 인한 무역흑자가 상당한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일 간 대미외교의 차이는 미국대사 지명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주일 미국 대사에 조지 글래스 전 포르투갈 대사를 일찌감치 지명했다. 하지만 주한 미국 대사는 아직 지명되지 않았고 조셉 윤 대사대리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앞세워 '한미 소통 부재 우려'를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르면 다음 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대면 회담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만일 한미 외교장관의 일정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양 장관은 오는 14~16일 개최되는 연례 국제안보포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처음으로 대면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koifla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