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이후 정치권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재판 지연 꼼수라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중도층을 겨냥한 정략적 공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것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 재판 지연 의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경기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의 고덕변전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본인 재판은 늦추고 대선은 빨리해서 본인 사법적 리스크를 없애고자 하는 것이 너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이 대표는 자신의 재판을 무한 지연하고, 그 틈에 조기 대선이 있으면 선거로 죄악을 덮어버리겠다는 뜻"이라며 "국회에서는 무한 탄핵, 법정에서는 무한 지연이 바로 이 대표가 보여주고 있는 정치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양수 사무총장도 "이 대표는 꼼수 재판 회피·지연 망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위헌법률심판이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제도다. 이 대표 측은 전날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죄 처벌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냈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헌재에 제청하면 이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선거법 사건 재판은 헌재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판을 미루려 위헌법률심판 카드를 꺼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여당은 규정을 들며 항소심은 오는 15일까지, 대법원은 5월 15일까지 이 대표의 유무죄를 확정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민주당은 여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황정아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사법 시스템 내 피고인의 정당한 권리"라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야 재판이 중단되는 것이지 자동으로 중단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여당이 비판에 대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수사 지연을 위한 물타기 전략"이라며 "명백한 거짓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 이 대표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두고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 김부겸 전 총리는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여러 가지 오해를 살 수 있으므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는 것보다 당당하게 재판받았어야 했다고 생각하나'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양기대 전 의원도 "헌재 판결까지 시간을 끌어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야권에서 강력한 대권 주자로 불리는 이 대표를 향한 공세와 프레임 강화에 나선 건 외연 확장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정치적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많은 이들이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여길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효과보다는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