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해를 넘긴 개혁신당의 내홍이 길어지면서 개혁 정당의 가치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권력을 두고 지리멸렬한 힘겨루기가 지속되면서 피로도도 커지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허은아 대표가 법원에 제기한 당원소환 투표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의 판결이 이번 주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번 주 내로 판결이 나올 것이라 예상됐지만 전날 친이준석계 지도부 측이 600쪽에 달하는 자료를 제출하면서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판결 시점은 재판관의 판단에 달렸지만 이번 주 내로 판결이 나올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허 대표에 대한 당원소환 투표 실시와 직무 정지에 관한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허 대표 측은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당 내홍은 허 대표가 이 의원의 측근인 김철근 전 사무총장을 경질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이 의원은 허 대표에게 결자해지를 촉구하며 "어떻게 그렇게 단시간에 당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배척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천 원내대표는 사태 수습을 위해 "각자 더 잘해보고자 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노출된 것일 뿐 나쁜 의도를 가진 당직자는 없다"며 내부 합의를 거친 후 당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허 대표가 이주영 정책위의장을 해임하면서 내홍은 더욱 악화됐다.
당 사무처 직원들은 허 대표 체제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했으며 양측 간 물리적인 충돌도 발생했다. 친이준석계 지도부가 허 대표를 파면시키기 위해 당원소환 요청서 1만여 장을 손수레에 실어 최고위 회의장으로 들어서려 하자 허 대표 측 지도부가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당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허 대표와 천 원내대표가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것이 단적인 예다. 천 원내대표가 주재한 최고위에는 이주영 정책위의장과 이기인·전성균 최고위원, 김 전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 간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허 대표는 '이 의원과 소통하고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소통 시도를 많이 했으나 지금은 중간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의원의 조기 대선 출마 선언도 언론을 통해 접했다고 전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기 전 당 대표 측 지도부에 별도의 협조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내홍이 법적 문제로 번지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더 깊어질 전망이다. 허 대표는 이 의원과 천 원내대표를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치자금법 위반 및 사기·횡령·배임 혐의 정황이 담긴 공익 제보 문서를 제출했다.
이로 인해 한때 같은 노선을 걸었던 '천아용인'의 균열이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아용인'은 이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로 재임하던 시절 당내에서 이준석계로 분류됐던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을 뜻한다.
정치권에서는 당 내홍 장기화가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의 정치 행보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준석 의원이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상황이다. 국민들은 '3석짜리 정당도 내홍에 빠져있는데 당신이 무슨 대한민국의 지도자로 나서려 하느냐'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준석 의원이 가는 곳마다 분란과 분열이 일어난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고. 개혁을 내세운 정당이 정작 개혁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이 의원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의원에게는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홍이 장기화 될 경우 대선을 떠나 이 의원의 정치적 생명에도 결정적인 리스크가 될 것"이라며 "당 대표가 무능하고 정치 역량이 부족할 수 있지만 해당 문제를 축출의 이유로 삼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천 원내대표가 의결한 안건은 원천 무효가 되며 허 대표의 대표직은 유지된다. 기각된다면 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당에서 물러나 친이준석계를 중심으로 한 새 지도부가 꾸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