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비명계 '李 비판'…"국민도 공감 안 해" 당내는 '시큰둥'
  • 김세정 기자
  • 입력: 2025.02.04 05:00 / 수정: 2025.02.04 05:00
임종석 이어 김경수 '일극체제' 비판 가세
지난 대선 책임론 공방까지
조기 대선에 비명계 세력화 시도?…큰 반향은 없을 듯
이재명 1강 체제가 굳어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비명계 인사들이 연이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공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재명 1강' 체제가 굳어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비명계 인사들이 연이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공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심리가 속도를 내면서 대선 정국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1강' 체제가 굳어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비명계 인사들이 연이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공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비명계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이들의 비판이 당내 지형 흔들기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경수 전 지사와 임종석 전 실장 등 비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설 연휴를 전후로 이 대표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에 '과거의 매듭을 풀고 함께 미래로 갑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대표와 민주당 내 친명계를 비판했다. 그는 "내란세력을 압도하지 못하는 제반 여론조사 지표는 우리에게 큰 숙제를 주고 있다"며 "국민의 마음을 읽고 우리 스스로부터 책임과 원인을 찾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들이 많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총선에서의 비명계 공천 배제 논란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향한 일극체제 문화도 비판했다. 김 전 지사는 "내란세력 단죄를 위해 필요하지만 그 칼끝이 우리 안의 다른 의견과 다양한 목소리를 향해서는 안 된다"며 "일극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에 과거의 매듭을 풀고 함께 미래로 갑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대표와 민주당 내 친명계를 비판했다. 그는 내란세력을 압도하지 못하는 제반 여론조사 지표는 우리에게 큰 숙제를 주고 있다며 국민의 마음을 읽고 우리 스스로부터 책임과 원인을 찾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박헌우 기자
김 전 지사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에 '과거의 매듭을 풀고 함께 미래로 갑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대표와 민주당 내 친명계를 비판했다. 그는 "내란세력을 압도하지 못하는 제반 여론조사 지표는 우리에게 큰 숙제를 주고 있다"며 "국민의 마음을 읽고 우리 스스로부터 책임과 원인을 찾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박헌우 기자

계엄 사태에 따라 조기 귀국을 결정한 김 전 지사는 복귀 후 첫 일정으로 이 대표를 만나는 등 통합 행보를 보여왔다. 비명계 대표 주자로서 이 대표에게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한 공세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메시지를 기점으로 이 대표 견제라는 기조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평가가 다수다.

김 전 지사의 기조 변화와 함께 임종석 전 실장의 강경해진 발언도 주목할 지점이다. 임 전 실장은 지난 총선 출마를 준비했으나 컷오프됐다. 지난달 21일 "이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라는 글을 올렸고, 24일에도 "이 대표 혼자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 친명의 색깔만으로는 과반수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라고 직격했다.

이날은 발언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 임 전 실장은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에서만 31만766표를 졌다. 민주당이 서울에서 지고도 전국선거를 이길 수 있을까"라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후보는 모두 충청에서 압승했다. 왜 이재명 후보는 충청에서 졌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가 부족했고 당의 전략이 부재했음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비로소 이기는 길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아닌 이 대표 본인에게 있다며 지금이라도 대선에 대한 평가와 성찰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날 선 발언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비명계의 세력화 시도와 맞닿아있다고 본다.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통해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내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지지율이 전체적으로 하락한 시점과도 맞물려있는데 이에 대한 이 대표의 책임론을 부각하기엔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실장은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에서만 31만766표를 졌다. 민주당이 서울에서 지고도 전국선거를 이길 수 있을까라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후보는 모두 충청에서 압승했다. 왜 이재명 후보는 충청에서 졌을까라고 물었다. /더팩트DB
임 전 실장은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에서만 31만766표를 졌다. 민주당이 서울에서 지고도 전국선거를 이길 수 있을까"라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후보는 모두 충청에서 압승했다. 왜 이재명 후보는 충청에서 졌을까"라고 물었다. /더팩트DB

그러나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명계라고 불리는 인사들의 당내 세력이 약해진 데다 지지층에서 반향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민들께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비판 같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임 전 실장이 이 대표가 서울에서 졌다고 했는데) 경기도에선 어떻게 이겼겠나"라고 물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성찰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한 당 관계자도 "동조해 줄 원내 의원들이 없으니 반향도 없다"라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성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임 전 실장이나 김 전 지사는) 호감도가 좋지도 않은 상황이다. 섣부른 행보를 보이는 거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며 "당내 지지를 얻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우리 안의 다른 의견을 배격하면서 내부 다툼이 격화되면 누가 가장 좋아하겠나"라고 밝혔다. 연이은 공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한 목소리만 나오지 않도록, 오히려 다른 목소리를 권장하면 좋겠다"며 "극단과 이단들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고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것보다 시급한 일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한가지 꽃이 아니라 수많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백화제방'을 함께 꿈꿨으면 좋겠다. 그날까지 작은 차이로 싸우는 일은 멈추고 총구는 밖으로 향했으면 한다"며 "저 또한 여러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며 함께이기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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