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 속 조기 대선 가능성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 비이재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차기 잠룡으로 꼽히는 이들이 겉으로는 '개헌' 등 정책을 고리로 뭉치는 모양새지만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 정체와 2심 재판 속도에 맞물려 본격적인 연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SBS 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다수당인 민주당이 국정운영에 책임 지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계속 강공 일변도로 간 데 대한 국민적인 피로감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당 지지율 하락을 놓고는 "많은 국민이 민주당에 정신차리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장을 주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정안정과 민생 회복이란 목표를 향해 정치권이 나아가야 하는데 거기서 제가 할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며 조기 대선 시 출마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날 다보스포럼 참석 후 인천국제공항 귀국길에서 '당 지지율 하락 원인'을 묻는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지금의 이 위기를 극복할 수권정당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며 "민심 바로알기가 필요한 상황임에 당 일원으로서 사과드리고 저도 최선을 다해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당 지지율 위기를 지적하며 몸풀기에 나섰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1일 "국민들께서 민주당에 국정을 맡길 수 있는지 등 의심이 반영된 게 여론조사, 정당 지지도 결과로 나온 것"이라며 "아직 마음의 결정은 하지 않았지만 민주 진보개혁 진영이 국정을 맡는 데 어쨌든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밝혔다.
비명계의 이 대표 비판 수위는 높아지고 모습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나"라며 이 대표 일극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이 대표의 대선 경쟁력은 당 지지율 추이와 한 몸이고 분리시켜서 볼 수 없다"며 "이재명의 경쟁력이 없어질수록 비명계의 목소리는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설 민심이 비명계 움직임의 변곡점이라는 전망이다. 최 평론가는 "설 이후 나타나는 여론조사 지형에서 이 대표가 얼만큼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따라 비명계 움직임이 가속화될지 잦아들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또다른 잠룡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최근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만든 정책연구소 '일곱번째나라 LAB'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곱번째나라 LAB은 비명계인 박 전 원내대표와 홍성국·이철희 전 의원이 제7공화국 개헌을 염두에 두고 만든 싱크탱크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정부는 연합정치·연합정부가 돼야 한다. 정권교체와 제7공화국의 문을 여는 데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한국형 뉴딜 연합을 형성하자"고 제안했다. 축하 메시지로 함께한 김동연 지사도 지난 13일 신년 간담회에서 "87체제의 가장 안 좋은 점이 최근 부각됐다"며 "이제는 제7공화국 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개헌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다른 비명계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개헌론에 가세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위험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고 대통령의 권력 오남용을 막으려면, 권력의 폭주와 파행이 없게 하려면 헌법상 권력구조와 선거법, 정당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개헌론에 거리를 두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 간담회에서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는 게 제 생각"이라며 개헌론에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가 이르면 3월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며 비명계의 규합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과거 '수박 색출' 문제 등도 있었던 만큼 이 대표가 장악한 당 체제에선 비명계가 당원들의 눈치를 보며 숨죽이는 상황이었지만 이 대표 2심이 속도를 내면 대선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기에 이들의 그루핑이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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