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진영이 밥 먹여주나"…이재명, 실용주의 꺼내든 이유
  • 김세정 기자
  • 입력: 2025.01.24 00:00 / 수정: 2025.01.24 00:00
23일 기자회견 개최…지지율 하락에 위기감?
"탈이념·탈진영 현실 실용주의가 동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실용주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이념과 진영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실용주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이념과 진영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실용주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념과 진영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밝혔다. 조기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지속되는 정당 지지율이 하락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우클릭을 통해 중도층을 공략하는 전략인 셈이다.

이 대표는 23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가야 한다"며 "기업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 발전이 곧 국가경제의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서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며 "민간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국제경쟁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기업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꼽히던 기본소득 등 분배 정책 대신 기업 성장에 방점을 둔 것이다. 아울러 주식시장 선진화와 신성장 동력 창출도 꼽았다.

'기본사회 공약을 재검토하는 것이냐'는 질문의 이 대표는 "정책이란 어떤 것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것을 우선할 것인가 선택의 문제"라며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회복 그리고 성장 문제가 가장 시급한 상황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탈이념이나 탈진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검든 희든 쥐만 잘 자븡면 좋은 고양이가 아니겠나라며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뉴시스
'탈이념'이나 '탈진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검든 희든 쥐만 잘 자븡면 좋은 고양이가 아니겠나"라며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뉴시스

'탈이념'이나 '탈진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검든 희든 쥐만 잘 자븡면 좋은 고양이가 아니겠나"라며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그는 "회복과 성장이 이 시대의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가 됐다"며 "새로운 성장이 진정한 민주공화국, 그리고 함께 사는 세상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을 두고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당과 자신의 노선을 전환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같은 행보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하락하는 지지율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17일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46.5%였고, 민주당은 39%였다.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 우위를 보인 것이다. 직전의 1월 2주차 조사에서 민주당은 42.2%, 국민의힘 40.8%였는데 민주당은 3.2%P가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5.7%P가 상승했다. 조사는 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방식이며 응답률은 7.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도 위기가 감지된다. 조원씨앤아이가 시사저널 의뢰로 18~19일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 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양자 대결 시 김 장관은 46.4%, 이 대표는 41.8%로 나타났다. 격차는 4.6%P로 오차범위 내다. 호남을 제외하곤 전 지역에서 김 장관이 이 대표를 앞섰다.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양자대결에서도 홍 시장이 43.7%, 이 대표는 43.0%였다.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응답률 6.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국민의힘의 혼란으로 민주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임영무 기자
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국민의힘의 혼란으로 민주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임영무 기자

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국민의힘의 혼란으로 민주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지지율 하락 국면이 점차 굳어지면서 승부수를 던진 것인데 곧장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의 선명성을 선호하던 기존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는 데다 이념 차이로 인한 야권 단일화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탄핵 이후 이어진 대여 공세에 지지층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변화를 시도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그간 강공만 한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 대표가 일부 물러서면서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라며 "이 대표 개인 입장에선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당과 본인의 지지율이 흔들리니까 지지층을 중도 쪽으로 넓혀야 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중도층에는 (세금 문제 등으로) 이 대표를 약간 불안해하기도 해서 이런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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