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이재명 친분 의혹에 "이해 상충 여지"
당내서도 "불신 야기 자제해야"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법원과 수사기관 흔들기에 이어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 흠집 내기에 여념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절차를 문제 삼아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워 결국 최종적으로 탄핵 인용 결론이 나오더라도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빌드업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연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친분을 이유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공정성을 지적하고 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2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의 객관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해상충 여지가 있지 않겠나"라며 "국민과 헌법을 위해 견제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공당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서울서부지법 불법적 폭동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문'에서 "어제 문 권한대행이 이 대표 모친상에 조문간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이 대표와의 친분 관계에 대해선 말이 없었다"며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중대사안을 앞두고 이런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앞서 전날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문 권한대행이 이 대표 모친상에 문상했다는 권 원내대표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문 권한대행과 이 대표가 친분이 있고, 헌재의 재판 일정 이면에 문 권한대행의 편향된 가치관이 작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탄핵심판과 비교했을 때 대통령 탄핵 심판만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진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해 4월 18일이면 곧 임기가 만료된다"라며 "문 대행은 본인의 임기가 만료되는 그날까지 충실히 심리하면 된다. 헌법재판관 임기에 재판 일정을 맞추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헌재에 항의차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권한대행은 2020년 이 대표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 상가에 방문했고, 이를 자랑삼아 헌재 관계자들에게 얘기할 정도로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라며 "내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 권한대행은 재판을 기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끊임없이 헌재에 공정성을 문제 삼는 이유는 만에 하나 탄핵이 최종 인용되더라도 결과의 정당성까지 흔들기 위함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옳고 그름을 떠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계속 키우는 게 지지자들로 하여금 막상 탄핵 결정이 나도 '이럴 줄 알았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었구나' 생각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앞설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강성 지지층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결집을 강화할 수 있는 '사법부 흔들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여권에서조차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최재형 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헌법재판소의 재판이나 법원의 판단이 최종적인 것이고 이게 결국 국가의 법치주의를 지키는 지탱하는 기둥"이라며 "거기에 대해서 불신을 야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언행은 자제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같은 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화되는 길로 가는 게 당을 위해서 좋은 것인가"라며 "제 원칙과 상식으로는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론조사 숫자들은 우리한테 지금 독약이다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sum@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