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국민의힘이 일부 극우세력의 폭력과 선동에도 '거리두기'를 주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러 선을 긋지 않는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넘어 야당을 넘어서자 강성 지지층 결집을 통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당 지도부는 연일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1일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 가담자와 관련해 서울 강남경찰서장에게 연락해 선처를 부탁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윤상현 의원을 감쌌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정도는 국회의원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억울한 사정을 잘 살펴달라는 의미로 보면 되지 않겠나"라고 옹호했다.
권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 고발당한 극우 유튜버에게 설 명절 선물을 보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감쌌다.
그는 "유튜버도 알다시피 대안언론이라고 부르지 않나"라며 "명절에 인사차 조그만 선물을 한 것 갖고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비난하는 태도가 이해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전날 민주당에 내란선전죄 등의 혐의로 고발 당한 보수 유튜버 10명에게 설 선물을 보냈다. 명단에는 '배승희 변호사' 배승희, '고성국TV' 고성국, '이봉규TV' 이봉규, '성창경TV' 성창경, '신의한수' 신혜식, '신남성연대' 배인규, '공병호TV' 공병호 등 10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 선물은 무안군 특산품인 곱창김 선물 세트다. 국민의힘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통상 당 대표가 명절에 선물을 보내왔던 정치권 관례"라고 관련 논란을 일축했다.
정치권은 국민의힘의 극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극우 세력의 폭력 사태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끊임없이 모든 책임을 야당과 수사기관, 사법부에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권 비대위원장이 설 선물을 보냄으로써 국민의힘이 극우 유튜버들과 연대하고 싶어 하고 이분들 생각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오해를 받지 않겠나"며 "좀 더 심사숙고하고 결정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당이 건전한 중도 보수 시민들한테 호소할 수 있는 철학과 정책으로 정치를 해야 하는 데 지금 가는 모습은 너무 극우화됐다"며 "극우적인 시위대의 폭력이나 여기에 대해서 분명히 선을 그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극우화의 원인은 정치적 이익을 위한 전략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극우 성향 지지층에 의존하는 전략이 현재로서 당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끝냈다는 것이다. 섣불리 중도 전략을 펼쳤다가는 모두를 놓칠까 하는 우려도 깔려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그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당을 사지에 몰아넣는 극우화의 경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라며 "결국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을 통해 당권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기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가는 건 국민의힘에게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최종 인용돼 조기대선이 이뤄질 경우 '누가 중도층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박 평론가는 "중도층을 포기하는 행보는 대통령 선거 승리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