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 수사 주요 국면마다 지지층을 향해 잇따라 메시지를 내며 옥중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강성 지지층을 자극해 법원 폭동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일자 '평화적인 의사 표현'을 당부하며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새해 첫날 친필 서명이 담긴 편지를 시작으로 체포·구속 등 주요 신변 변화를 전후해 잇따라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한 15일에는 2분 48초 길이의 영상 메시지와 함께 6780자 분량의 친필 입장문을 공개했다. 이어 17일에는 구치소에서 국민께 전하는 편지를 변호인을 통해 전했고,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지지자들의 서부지법 난동이 벌어진 19일에도 변호인단을 통해 목소리를 냈다.
앞으로 검찰 기소, 법원 판단 등으로 구속 상태가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옥중 정치를 통해 여론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최근 메시지에서 일관되게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내란죄를 부인하는 동시에 지지층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를 향한 폭력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1일 편지에서는 관저 앞에 보인 지지자들을 '애국시민'이라 지칭하며 "추운 날씨에도 이렇게 많이 나와 수고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이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우리 더 힘을 냅시다"라고 북돋았다.
체포영장이 집행된 15일에는 영상을 통해 "저를 응원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데 대해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열정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17일에도 구치소에서 보낸 편지로 "많은 국민들께서 추운 거리로 나와 나라를 위해 힘을 모아주고 계시다고 들었다"며 "뜨거운 애국심에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결국 18~19일 윤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와 영장 발부 과정에서 지지자들의 시위가 격해져 폭력 사태로 이어지면서 87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공수처 차량을 공격하고 수사관을 폭행했다. 또 영장 발부 이후에는 법원 건물에 집단으로 침입해 외벽과 창문을 부수고 소화기를 분사하며 내부 집기도 파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옥중에서 변호인단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부탁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다만 지지자들의 역울함을 이해한다고 힘을 실어주며 다시 한 번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은 서부지법에서 발생한 상황을 전해 듣고 크게 놀라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청년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소식에 가슴아파했다"며 "새벽까지 자리를 지킨 많은 국민들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은 사법 절차에서 최선을 다해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과 정당성을 밝힐 것이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서부지법 폭동사태 현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전직 검찰총장이자 현직 대통령으로서 가장 책임있는 당사자가 앞장서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자기 혼자 살겠다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결딴낸 엄중하고 무거운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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