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16일 자체 12·3 비상계엄 특검법과 관련해 "바로 어제 체포당한 대통령을 오늘 우리 손으로 특검법을 발의해 수사하겠다는 것이 정치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비통한 심경을 내비쳤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의원 여러분 마음 잘 알고 있다. 얼마나 괴롭고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나. 저 역시 마찬가지 심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발언 도중 말을 멈추고 울먹이며 "개인적으로 윤 대통령 저의 오랜 친구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 당시 제 선거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라며 "어젯밤에는 너무나 괴롭고 '내가 좀 더 잘할걸' 자책하면서 정치가 뭔지 깊은 회의를 느끼며 제대로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의 미래와 미래를 위한 길을 찾기 위해 특검법에 대해 논의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이 처한 현실은 정말 냉혹하다"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내란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의원 여러분이 잘 아실것"이라고 언급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먼저 공수처를 겨냥해 "오로지 대통령 망신주기에 혈안이 된 자들이라고 정의할 수밖에 없다"라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를 향해선 "부패범죄의 수괴라 불러도 손색없는 사람이 이 대표라고 생각하는데 이 대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라고 끊임없이 압박하더니 막상 체포 소식을 듣고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평가했다"며 "정말 인면수심이고 소름이 끼치는 뻔뻔한 사람이다. 이런 정치인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간다면 장차 이 나라가 어떤 나락에 떨어질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했다.
아울러 당 소속 의원들에게 "제가 원내대표에 출마하며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고 했다. 오늘이 바로 그 독이 든 잔을 마시는 심정"이라며 "부디 우리 당이 처한 현실을 깊이 살펴 의원 여러분이 현명하게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오전 11시부터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비상계엄 특검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야당 주도로 재발의한 내란 특검법에 맞서 자체적으로 '비상계엄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내란선전선동죄와 외환죄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주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