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뒤 할 말 다한 尹, 조사엔 '입 꾹'
  • 이헌일 기자
  • 입력: 2025.01.16 13:56 / 수정: 2025.01.16 13:56
공수처 조사에 침묵으로 일관…오늘 오후 조사는 불응키로
전날엔 6780자 입장문 통해 비상계엄 정당성 역설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며 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날 체포 뒤 6780자에 달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통해 정당함을 주장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15일 오전 10시 53분 경기 과천 공수처 청사에 도착한 뒤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 20분 가량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영상녹화도 거절했다. "진술을 하지 않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종료 뒤 조서 열람과 도장 찍기도 거부했다.

그 사이 윤 대통령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 "공수처 수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후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며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체포 사실조차 '출석'이라고 표현하며 공수처 수사와 법원이 발부한 영장까지 사법 체계를 모두 부정하는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다.

이런 윤 대통령의 태도는 체포 이후 장문의 친필 입장문을 통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역설한 것과 완전히 대비된다. 그는 전날 2분 48초 길이의 영상 메시지와 함께 페이스북에 A4 용지 4장, 6780자 분량의 입장문을 올리며 내란 혐의를 구구절절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 뒤 공개한 친필 입장문. /윤 대통령 페이스북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 뒤 공개한 친필 입장문. /윤 대통령 페이스북

윤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막강한 국회 권력과 국회 독재로 입법과 예산 봉쇄를 통해 집권 여당의 국정 운영을 철저히 틀어막고 국정 마비를 시킨다"며 "여야 간 정치적 의견 차이나 견제와 균형 차원을 넘어 반국가적인 국익 포기 강요와 국정 마비, 헌정질서 붕괴를 밀어붙인다"고 공격했다.

또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선관위의 엉터리 시스템도 다 드러났다"며 "이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면 지금 이 상황이 위기인가? 정상인가? 이 상황이 전시, 사변에 준하는국가비상사태인가? 아닌가?"라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야당의 예산 삭감과 공직자 줄탄핵도 다시 언급했다. 비상계엄이라는 판단을 내린 근거를 부각해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또한 그는 비상계엄이 '대국민 호소'였다고 의미를 축소하며 내란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병력 투입 시간이 불과 2시간인데 2시간짜리 내란이 있나"라고 억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을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17일 오전 10시 33분까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론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계속 진술을 거부할 경우 영장 청구 기한인 48시간을 채우지 않고 영장을 청구할 계획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one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