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되고도 '반국가세력' '부정선거'…여론에 기대는 尹
입력: 2025.01.16 00:00 / 수정: 2025.01.16 00:00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이후 영상 메시지·친필 입장문 공개
야당 '반국가세력'으로 지목…"비상계엄 정당, 부정선거


윤석열 대통령이 유일하게 대통령으로서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내란죄의 피의자 입장임에도 스스로 행위를 정당화하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여론전에 몰두하는 모습이다.윤 대통령이 15일 오전 체포돼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유일하게 대통령으로서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내란죄의 피의자 입장임에도 스스로 행위를 정당화하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여론전에 몰두하는 모습이다.윤 대통령이 15일 오전 체포돼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 이후 영상 메시지와 함께 장문의 친필 입장문을 공개했다.

유일하게 대통령으로서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내란죄 피의자 입장임에도 스스로 행위를 정당화하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여론전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15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이 집행된 뒤 2분 48초 분량의 영상 메시지를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공개했다. 이어 오후에는 페이스북에 6814자 분량의 친필 입장문을 올렸다.

영상과 서면 입장문은 각각 수사를 부정하고,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호소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영상 메시지에서는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이들이 경호 보안구역을 소방장비를 동원해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제가 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의 수사와 법원이 발부한 영장까지 사법 체계를 모두 부정한 셈이다. 특히 체포영장 집행으로 호송되는 것을 '출석에 응한다'고 표현하면서 이런 입장을 더욱 명확히 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렇게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조차 적용되지 않도록 예외로 둘 중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 국가의 시스템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 이후 공개한 친필 입장문. /윤 대통령 페이스북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 이후 공개한 친필 입장문. /윤 대통령 페이스북

친필 입장문에서는 그간 대국민담화를 통해 수차례 반복한 '반국가세력'과 부정선거 의혹 등을 다시 언급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는 '대국민 호소'였다고 의미를 축소하는 동시에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군사공격과 전쟁 도발이 국제법상 금지되면서 강대국이라 해도 외교상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돼 총칼을 쓰지 않는 회색지대 전술을 널리 사용한다"며 "허위선동의 심리전, 정치인 매수와 선거 개입 등의 정치전, 디지털 시스템을 공격하는 사이버전, 군사적 시위와 위협을 보태어 시현하는 하이브리드 전술이 널리 쓰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런 세력이 집권 여당으로 있을 때뿐만 아니라 국회 의석을 대거 점유한 거대 야당이 되는 경우에도 국익에 반하는 반국가행위는 계속된다"며 "막강한 국회 권력과 국회 독재로 입법과 예산 봉쇄를 통해 집권 여당의 국정 운영을 철저히 틀어막고 국정을 마비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며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고 지목했다.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선관위의 엉터리 시스템도 다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 계엄 선포를 두고는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다"며 "병력 투입 시간이 불과 2시간인데, 2시간짜리 내란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한 헌법기관인 야당 의원들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셈이다. 또한 일부 극우 유튜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부정선거 의혹을 대한민국의 수장인 현직 대통령이 또다시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이후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이후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이같은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부터 여러 차례 담화를 통해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담화문은 야당을 겨냥해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가득채웠다.

같은 달 12일 담화에서도 '나라를 망치려는 반국가세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한편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소규모이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해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해명했다.

탄핵 심판과 내란죄 수사가 본격화되며 입장이 곤궁해지자 지지층 결집을 독려하며 여론전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체포당한 현직 대통령이 됐다. 이후 통상 절차대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만약 발부까지 이어진다면 이 또한 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새해 첫 날 석동현 변호사를 통해 관저 앞에 모여있는 지지자들에게 친필 서명이 담긴 편지를 전달했다. 이 편지에서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도 최근 관저 앞에 모이는 지지자 중 청년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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