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가 결국 현실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돼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조사를 받기 위해 차량을 나서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가 결국 현실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공언한 대로 모든 권력을 동원해 버텼지만 결국 구속 수사까지 걱정해야 하는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은 15일 오전 4시 28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해 체포영장 집행에 들어갔다. 지난 3일 1차 영장 집행 실패 이후 12일 만이다.

집행 과정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 팔짱을 끼고 인간띠를 만들어 버티는 식으로 저지에 나서면서 2시간 넘게 대치하기도 했으나 결국 체포 인력들이 관저 영내 진입에 성공했다. 이들은 차벽 등으로 만든 1·2차 저지선을 넘어 오전 8시쯤 정진석 비서실장, 윤갑근 변호사와 함께 대통령 관저 건물로 들어갔다. 1차 집행 때 스크럼을 짜며 강하게 저항했던 경호처는 이번에는 특별한 저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공수처는 10시 33분쯤 체포영장을 집행해 윤 대통령을 과천 공수처 청사로 호송을 시작했다. 이후 약 20분 뒤인 10시 53분쯤 청사에 도착해 수사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45년 만의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실정을 저지르면서 '사상 초유'라는 역사를 잇따라 쓰는 모습이다. 현직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도 사상 처음이고, 실제로 체포된 것도 처음이다.

특히 영장 집행 과정에서 대통령 경호처 등 대통령으로서 가진 권력과 검사 출신으로서 쌓은 법적 지식과 인맥 등을 총동원해 저항하면서 국가기관 간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또한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여론이 확대되고, 이에 대한 반향으로 보수 지지층 결집이 이어지면서 국론이 더욱 크게 분열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체포영장이 집행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 내부가 고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정한 기자

윤 대통령은 이제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탄핵 심판을 받는 동시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도 본격적으로 맞닥뜨리게 됐다. 통상 체포영장 집행 이후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절차를 감안하면 구속까지 걱정해야 될 처지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발부된다면 이 또한 사상 초유의 일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체포되는 했으나 이후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앞서 윤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은 체포 시 묵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윤 대통령은 체포 직후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체포 영장이 집행됐음에도 '출석'이라고 표현하며 수사 자체를 부정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내놓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늘 이들이 경호 보안구역을 소방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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