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6도 날씨에도 찬반 시민들 열기 식지 않아
김기현·나경원 의원 등 30여명 관저 앞서 영장 집행 저지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됐다. 사진은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는 윤 대통령. /과천=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한남=이동현·이하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체포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한 지 약 5시간 30분 만이다.
공수처와 국수본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 체포팀은 이날 오전 4시 30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모였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새벽에 진행되는 사실이 전날부터 알려져 관저 일대엔 대통령 체포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시민들이 동이 트기 전부터 목소리를 냈다.
한남동의 아침 기온은 영하 6도 안팎까지 떨어졌다. 매서운 칼바람이 더해지면서 시민들은 부스에서 마련된 컵라면이나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추위를 달랬다. 체온 유지를 위해 은색 보온 시트를 몸에 두르는 집회 참여자들도 눈에 띄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저지를 위해 한남동 관저를 찾았다. /이하린 기자 |
국민의힘 의원들도 관저 인근에 속속들이 도착했다. 이들은 관저 인근에서 대기하다가 모여 관저 앞으로 이동했다.
김기현 의원은 오전 5시 30분께 관저 앞에서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공수처법을 제멋대로 해석해 관할 법원이 아닌 곳으로부터 영장을 발부하는 꼼수를 부렸다"며 "공수처와 국수본은 권력욕에 눈이 멀어 이재명과 민주당의 눈치를 살필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입각해 공권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도 "물리력을 무리하게 불법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공수처는 즉각 수사권을 경찰에게 이양하고 더 이상 무리한 물리력 충돌을 유발하지 말 것"이라고 촉구했다.
공조본 체포팀이 모인 지 약 1시간 뒤 경찰이 먼저 확보한 경로를 통해 공수처와 국수본 수사팀이 관저 앞에 도착했다. 수사팀은 확성기를 사용해 "영장 집행에 협조 바란다"며 관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공수처와 국조본 관계자들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관저로 진입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
공수처와 경찰은 오전 5시 45분께 관저 진입을 시도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팔짱을 끼고 '인간띠'를 둘러 "합법 영장 받아와라", "철수하라" 등을 외치며 영장 집행을 저지했다.
교착 상태는 두 시간 넘게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집회 참가자 사이의 마찰로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시민도 있었다. 한 시민은 관저 방향으로 설치된 경찰 바리케이드를 붙잡고 흐느꼈다.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 자리를 이동하면서 울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찬성과 반대 측 시민들이 집회 곳곳에서 충돌해 몸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내란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15일 오전 서울 한남동 관저를 출발해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동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
대치를 이어가던 경찰은 오전 7시 23분께 사다리를 이용해 경호처가 설치한 차벽을 넘어 관저에 진입했다. 1차 저지선인 차벽을 넘은 공수처와 경찰은 이후 빠르게 2차, 3차 저지선을 넘어 오전 8시께 관저 건물로 진입했다.
이후 공수처는 두 시간가량 윤 대통령 측과 체포 영장 집행 관련 협의를 진행해 오전 10시 33분께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했다.
윤 대통령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집회 참가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소식을 듣고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가 무너졌다"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반면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우리가 이겼다", "공수처 최고다" 등을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체포 직후 서울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역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
김기현 의원은 윤 대통령 체포 직후 관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역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이 땅에 더 이상 이런 의회 다수 정당에 의한 입법 테러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헌법이 파괴된 날"이라며 "오늘은 역사가 똑똑히 기억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관저를 나서기 전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불법 수사이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며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탄 차량은 이날 오전 10시 35분께 관저를 출발해 10시 50분께 과천 공수처 청사에 도착했다. 공수처는 체포 시점으로부터 48시간 내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