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현실적으로 언제 2명 더 이탈할지 몰라"
수사 대상·기간·인력 축소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막기 위한 명분도
국민의힘이 14일 자체 '비상계엄 특별검사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야당의 내란특검법에 무작정 반대만 할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이탈표 방어'를 위한 현실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14일 자체 '비상계엄 특별검사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야당의 내란특검법에 무작정 반대만 할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이탈표 방어'를 위한 현실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순히 내부 단속을 위한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자체 특검법 발의 배경을 두고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자는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검법안을 자체적으로 내는 건 사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현실적으로 108명 중 6명이 이탈했고 언제 2명이 더 이탈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제출한 특검법이 통과됐을 경우 더 큰 재앙이 온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내란 특검법 재표결 당시 최소 6명의 이탈표가 발생하면서 여당의 단일대오 방어벽은 이미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대 당론에도 불구하고 범야권 192명 의원이 모두 찬성했다고 가정했을 때 그 전 표결(5표) 때보다 이탈표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지도부도 더 이상의 이탈표 단속과 대안 없는 반대는 의미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에서 그동안 위헌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던 내란선전·선동죄, 외환죄, 야당이 고소·고발한 사건을 제외했다. 특검법 명칭을 '내란'이 아닌 '비상계엄'으로 명명한 것도 야당이 발의한 법안과 다른 점이다. 수사 기간은 110일로, 특검팀 인원은 68명으로 대폭 줄였다. 직무 범위를 벗어난 특검의 공소제기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은 추가하고 언론 브리핑 조항은 삭제했다.
여당은 해당 특검안을 갖고 야당과의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만약 민주당이 협상을 거부하고 자신들이 낸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 즉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서예원 기자 |
여당은 해당 특검안을 갖고 야당과의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만약 민주당이 협상을 거부하고 자신들이 낸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 즉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독소조항을 걷어낸 법안을 민주당이 받지 않는다면 진상 규명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이 특검을 통해 국민의힘을 계속 압박하고 소위 보수를 궤멸하겠다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발의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민주당의 안과 우리 당 안의 간극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넓은 건 내란 선전·선동죄이다. 이론적으로 성립이 어렵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무한정 수사하는 것이라 민주당도 명분이 없고 양보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당이 자체 특검법을 발의한 데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2차 집행을 막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도 있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공수처는 수사를 특검에 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렇게 특검을 통해서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공수처는 이제 대통령에 대한 수사나 체포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라며 "만약 이 특검법안이 성안되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는 더 이상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는 것을 중단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여야가 각 주장하는 특검법이 수사 대상과 기간, 구체적인 조항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른 시일 내 자체 특검법을 공식적으로 발의한다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아직 정확한 발의 시점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주 의원은 "구체적인 안이 어느 정도 준비된 상황이라 원내지도부와 상의해 늦지 않도록 발의할 예정"이라고만 설명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국민의힘은 입법을 위해 야당과 협상에 나서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미적거리는 틈 야당이 속도전에 나서면 충분히 이탈표가 두 표 더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최 평론가는 "이번 주 또는 다음 주로 타임 테이블을 정하는 등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반드시 설 연휴 전에 끝내야 계엄의 바다를 건널 수 있다"고 강조했다.
su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