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파병 인정 안 해...'포로 지위' 상실
불법전투원, 전쟁 범죄로 형사처벌 전락
범죄인 인도 조약, ICRC 협조 요청 필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 참전한 북한군 2명을 생포했다며 해당 사진을 공개했다. 국가정보원도 이러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전황에 따라 북한군 생포 사례가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한국행을 원하는 북한군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 SNS 갈무리 |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되면서 이들의 한국행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황 지속에 따라 북한군 생포 사례는 늘어날 전망으로 동시에 한국행을 원하는 북한군도 조만간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이 한국행을 희망한다면 이들의 '법적 지위'가 관건이다. 현재 북한은 자국 군대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은 '교전 당사국'에 해당하지 않고, 북한군 역시 '합법적 교전자'가 아닌 셈이다. 이에 따라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되더라도 국제법적으로 포로의 지위를 부여받을 수 없다.
국제법 테두리 안에서 전쟁 포로는 원칙적으로 그들이 속한 교전 당사국에 송환돼야 한다. 제네바 제3협약 제118조 1항은 교전 당사국에게 '적대 행위 종료 후 포로에 대한 석방 및 송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에 이어 러시아마저도 북한의 파병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결국 북한군은 국제법적 포로도 아닐뿐더러 돌아갈 곳도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국제 분쟁 사례를 살펴보면 이처럼 포로 지위를 부여할 수 없다는 판례가 존재한다. 1969년 이스라엘 군사법원은 '카셈 사건'을 통해 "어떠한 교전 당사국에도 소속되지 않은 인원에게 포로 지위를 부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1999년 구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항소심 재판부도 '타디치 사건'에서 이와 동일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우크라이나에 붙잡힌 북한군은 포로 자격을 충족하지 못한 불법전투원(unlawful combatant) 또는 비특권적 교전자(unprivileged belligerent)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국내법에 의해 살인 등 형사처벌 대상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다만 이들에 대한 관할권이 북한과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에 넘어간 만큼 한국으로서는 국내 송환을 검토할 만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라고 명시해 뒀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북한 주민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해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의 귀순 요청이 있다면) 국제법, 국내법적으로 당연히 우리나라가 받아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한군 송환 방법으로 유력하게 제기되는 사안은 '범죄인 인도 조약'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북한군에 해당 조약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2020년 교전 당사국에 부과한 포로 송환 의무를 다소 완화한 의견을 내놨다. 포로가 본국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될 실질적 위험에 직면한 경우 송환 의무는 예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AP. 뉴시스 |
다만 북한이나 러시아가 전황에 따라 교전 당사국 지위를 인정한다면 북한군의 한국 송환은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제네바 제3협약 제12조에는 '포로 송환은 교전 당사국 간에만 가능하다'고 적시돼 있다. 게다가 동법 제46조는 '포로 송환을 곤란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어 교전 당사국이 아닌 한국의 개입은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제네바 협약이 전가의 보도는 아니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2020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교전 당사국에 부과한 포로 송환 의무를 다소 완화한 의견을 내놨다. ICRC는 '제네바 제3협약에 관한 ICRC 주석서'에 "제네바 제3협약 제118조에 명시적 예외 규정은 없지만 포로가 본국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될 실질적 위험에 직면한 경우, 송환 의무는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ICRC의 이같은 결정은 1950~1953년 6·25 전쟁,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1990~1991년 걸프전, 1998~2000년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전쟁 등에서 전쟁 포로들이 송환을 거부하는 일에 기반한 것이다. 즉 포로의 자발적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한국 정부가 북한군 송환에 전면으로 나설 경우 '포로 전향을 강요한다'는 지적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ICRC 등에 협력을 주문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를 집필한 안준형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부교수는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신병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 역할 모색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침략국 러시아를 지원하는 북한 당국을 압박하고 파병 북한군의 이탈을 유도해 한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포획된 북한군에게 '포로' 지위가 부여되는 상황에서만큼은 한국의 적극적 역할이 오히려 이들의 포로 전향 강요로 해석돼 불필요한 논란과 긴장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포로의 객관적 의사 확인이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 진행 간 ICRC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8814@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