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으로 치닫는 이준석 vs 허은아…'당원소환제'도 분분
입력: 2025.01.14 00:00 / 수정: 2025.01.14 00:00

SNS 넘어 최고위에서 공개적 충돌
이준석 "당원소환제로 조기 정리"
허은아 "대표 직인 필요…사퇴 안 한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이준석 의원의 측근인 김철근 전 사무총장을 경질하면서 발생한 이들의 갈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넘어, 공개적인 충돌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배정한·박헌우 기자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이준석 의원의 측근인 김철근 전 사무총장을 경질하면서 발생한 이들의 갈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넘어, 공개적인 충돌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배정한·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개혁신당의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이준석 의원의 측근인 김철근 전 사무총장을 경질하면서 발생한 이들의 갈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넘어, 공개적인 충돌로 확산하면서다. 여기에 '당원소환제' 해석 차이로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13일 오전 개혁신당 공개 최고위원회의는 시작에 앞서 허 대표와 '친(親)이준석계'로 꼽히는 천하람 원내대표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허 대표가 다른 최고위원들을 향해 "9시 30분부터 사전 회의인데 왜 들어오지 않았냐"라고 따지자 천 원내대표는 "통지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허 대표가 "문자로 공지했다"고 답하자, 이기인 최고위원은 "착각하지 말라. 망상에 빠지지 말고 정신 좀 차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가 시작된 후에도 갈등은 이어졌다. 허 대표는 시스템이 아닌 힘에 의해 개혁신당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의원은 상왕 정치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지난 2022년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일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과거 이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로 재임하던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 간의 불화로 축출됐던 상황을 자신의 현 상황에 빗댄 것이다.

허 대표는 "이른바 대주주 비위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당 대표를) 쫓아내려 한다"며 "(2022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당 대표가 이준석이 아닌 허은아고, 대주주가 윤석열이 아닌 이준석이라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천 원내대표는 "(허 대표와 이 의원 사이) 다툼의 본질은 지난 총선 때 허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을 못 받았던 것이 현 사태의 본질"이라며 "가장 먼저 허 대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당직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허 대표가) 허례허식이 너무 많고 불필요한 비용 지출과 의전 강요, 당 비전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는 점이 당직자 입장에서는 힘들게 다가왔다"고 질타했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천 원내대표의 반격을 거들었다. 이 최고위원은 "허 대표는 이 모든 사안이 자신을 향한 음해이고 모략이라고 착각한다"며 "망상도 이 정도면 병"이라고 비난했다.

이준석 의원도 허 대표 비판에 동참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에서 보장된 절차에 따라 이 사태를 조기에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허 대표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허 대표가 말하는 '상왕 정치를 하는 것처럼 느꼈다'라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라"며 "나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왼쪽)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눈을 감고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헌우 기자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왼쪽)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눈을 감고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헌우 기자

이 의원이 언급한 '당헌·당규에 따른 절차'는 '당원소환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원소환제는 당 대표를 포함한 당직자가 당헌·당규를 위반하거나 당의 존립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당원 투표로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제도에 대한 해석을 두고 허 대표 측과 이 의원 측의 입장이 엇갈린다.

허 대표 측은 '대표 직인'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이 의원 측은 '결집 당원의 수'가 핵심 요건이라고 보고 있다.

개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원소환제를 비롯한 모든 절차에는 대표의 직인이 필요하다"며 "이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에 보장된 절차를 통해서 정리한다는 것은 여러 절차를 따르지 않고 위법한 행위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의원이 허 대표에게 김철근 전 사무총장 해임 이후 한 달 동안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해당 논리는 과거 국민의힘에서 '이준석만 나가면 지지율이 올라간다'라고 말했던 논리랑 똑같다"며 "허 대표는 사퇴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표 직인이 있어야 하는 게 일반적인 경우지만, 대표 본인이 당원소환제 대상이기 때문에 당헌·당규가 그렇게 규정돼 있더라도 법원에서는 통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당원소환제의 핵심은 전체 당원 20%의 서명을 확보하는 것이며, 대표 직인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개혁신당 당원들이 정당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온라인으로 당원소환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 해, 그 방향으로 진행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개혁신당 내홍을 두고 과거 일화까지 꺼내며 당내 갈등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이 의원의 정치력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의 대응이 향후 정치 행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정치를 하는 과정에서 원내의 소유주(이준석)와 원외 대표(허은아)간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공개적이고 직접적으로 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의문"이라며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정치는 갈등 조정이 본령인데 그것보다 자신의 심경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상대방을 제압하려 하는 공격의 정치는 옳지 않다고 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어찌 됐든 투표로 뽑은 당 대표인데 '이지매 정치', '좌표 정치'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준석 의원이 정치력을 갖고 풀어야 할 문제를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은 추후 이준석의 대선 가도에 부정적인 상징 자본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개혁신당의 내홍을 진압 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됐던 당원소환제를 두고 양 측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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