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국방부·경호처에 협조 요구…경호처 수뇌부 신병확보도
경호처 내부 게시글에 "집행 저지하면 공무집행방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집행이 가시화되면서 대통령 경호처의 대응이 주목된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강력 저항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집행이 가시화되면서 대통령 경호처의 대응이 주목된다.
국가기관 간 물리적 충돌 우려는 여전하지만 최근 대통령 경호처 내부에서 강경대응 기조가 흔들리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13일 공수처에 따르면 12일 국방부와 대통령 경호처에 체포영장 집행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하며 2차 집행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국방부에 발송한 공문에는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경호처에 파견된 국군장병들이 영장집행을 방해할 경우 장병 및 지휘부가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국가배상 청구 등 민사책임도 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경호처에는 적법한 영장집행을 방해할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형사 처벌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공무원 자격 상실 및 재임용 제한, 공무원 연금 수령 제한 등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고 알렸다.
공수처와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을 구성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경호처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지휘부 인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한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광우 경호본부장도 3차 출석요구까지 불응한 데 따라 체포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양 측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경호처 강경파 수뇌부의 신병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첫 집행 때 경호처는 차벽을 세우고 스크럼을 짜 인간벽을 만들면서 강하게 저항했고, 결국 공수처가 대치 5시간여 만에 철수하면서 집행이 불발됐다.
이후에도 경호처는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관저 일대를 요새화하며 강경 대응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2차 집행 때 무력 사용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불거지면서 충돌은 물론 유혈 사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관계자가 소총을 지닌 채 경내를 이동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경호처에 이런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이런 위법한 지시는 한 차례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가 확인한 또 다른 제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2일에도 경호처 간부 6명과 오찬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무기 사용을 이야기했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윤 대통령이 "나를 체포하려고 접근하는 경찰들에게 총은 안되더라도 칼이라도 휴대해서 무조건 막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위해 언제든 자신의 목숨까지 던질 각오를 하며 일해 온 수많은 경호관들은 특정인의 사병이 아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마지막 양심이 있다면 그들에게 범죄자가 되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런 일촉즉발 분위기에 경호처 내부에서 강경 기조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무력 사용 지시를 보도한 매체에 따르면 경호처 간부 다수가 이런 지시에 집단 반발했다.
또 경호처 내부 게시판에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공무집행방해가 될 수 있기에 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도 올라온 것으로 파악됐다. 윤 의원이 제보를 받아 페이스북에 공개한 이 게시글은 A4 용지 3장 분량에 걸쳐 왜 영장 집행 저지가 위법행위가 될 수 있는지 분석했다.
특수단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수처와 협의해 2차 영장 집행에서 경호처가 공무집행을 방해하면 현장 체포를 고려하고 있고, 분산 호송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경호처에 제가 아는 동생 둘이 있다. 부당한 명령에 응하지 마라, 두려워 말라고 전달했다"며 "경호처에 의인이 있을 것"이라고 원활한 집행을 기대했다.
hone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