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삼영 민주 동작을 지역위원장, '35년 수사통'의 조언
"내게 '쿠데타' 표현한 이상민…계엄 예언한 것"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빨리 하는 것보단 '잘 하는게' 중요하다"며 "이번에도 실패하면 윤석열은 기가 더 오를 것이고 이후에는 불구속 기소 가능성까지 있어 최대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 전 총경이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지역사무소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동작=김시형 기자] 김길태 사건의 전모를 밝혀낸 '35년 수사통'은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 목소리를 내다 끝내 제복을 벗었다. 이후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견제가 시급하다"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류삼영 전 총경(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장)의 정치 생활 1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이재명 대표의 피습부터 '4·10 총선 최대 격전지' 동작을 출마, 그리고 12·3 비상계엄까지. 결정적 현장에 늘 있었고, 이 경험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더팩트>는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류 전 총경 지역 사무실을 찾아 정치 여정 그리고 계엄 사태를 둘러싼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계엄 사태가 일어날 줄 알았다"고 밝힌 류 전 총경은 "정부가 경찰을 '쿠데타의 한 방편'으로 쓴 것이자 경찰이 정권에 휘둘린 결정적 증거"라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둔 경찰 후배들에게는 "'총을 쏴서라도 끄집어내고 문을 부수고라도 끌어내라'는 윤석열의 말을 현장에서 적용하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다음은 류 전 총경과의 일문일답.
류 전 총경은 계엄 사태에 대해 "일어날 줄 알았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경찰을 '쿠데타의 한 방편'으로 쓴 것이자 경찰이 정권에 휘둘린 결정적 증거"라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
-'경찰국 신설'에 저항했다. 현 비상계엄 사태를 바라보는 심정은 어떤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당시 나에게 "'쿠데타'를 행사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데 정치 중립을 지키겠다고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진행한 사람을 쿠데타로 몰아가는 장관이야말로 쿠데타 일당이다"라고 답했다. 최근 돌이켜보니 사람이 누굴 비판할 때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용어를 쓰지 않나. 당시 (이 장관이) 쿠데타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면 쿠데타 말고 하극상 등 다른 용어도 많았을 텐데 쿠데타로 비난했을 땐 그때 그들의 머릿속에 그런(계엄) 생각을 품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경찰국 신설 문제가 계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이번 사태도 경찰을 '쿠데타의 한 방편'으로 쓴 것이라고 본다. 행안부 내 경찰국은 다른 부서와 달리 오로지 경찰 인사에만 집중한다. 정말 많은 대상을 손아귀에 넣고 인사 좌지우지를 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경찰이 정권에 휘둘린 결정적 증거라고 본다.
-경찰 '투톱'이 구속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큰 실수를 해서 국민들한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지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내란죄 수사 주도를 통해 계엄으로 인한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는 역량과 의지를 보이며 절치부심 해야 한다.
류 전 총경은 "이번 사태도 경찰을 '쿠데타의 한 방편'으로 쓴 것이라고 본다"며 경찰국 신설이 현재의 계엄 사태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서예원 기자 |
-계엄 당일 바로 국회로 달려갔다고 하던데.
말 그대로 본능적으로 달려갔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가 출입을 막았다고 말하던데, 시민들과 서로 받쳐주며 국회 담을 넘었다. 본청으로 달려가 계엄군과 마주쳤는데, 서로 밀고 밀리다 계엄군들을 회전문 쪽 코너에 몰고 야간 투시경을 잡아당겼다. 내부 어느 문에 누가 투입됐다 하면 바로 달려가서 의자와 책상으로 막고, 소화액을 뿌려 저항하며 그날 로텐더홀 앞에서 밤을 샜다.
-총선 경쟁자였던 나 의원은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의 체포를 막고 있더라.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에도 불참하고, 윤석열 탄핵 반대에 이어 관저까지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선명성 투쟁으로 지금의 진영 내에선 유리할 수 있겠다. 하지만 결국 이번 사태가 내란임이 밝혀지고 윤석열이 탄핵돼 역사에 기록되면 평가를 받게 되지 않겠나.
-윤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재집행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신속함과 정확함, 경찰은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
빨리 하는 것보단 '잘 하는게' 중요하다. 신속한 집행을 원하는 국민들의 심정은 잘 알지만, 이번에도 실패하면 윤석열은 기가 더 오를 것이고 이후에는 불구속 기소 가능성까지 있어 최대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게 관저 내부에 윤석열이 확실히 있다는 증거를 찾는 것. 윤석열이 관저 내에 있다고 자신을 보여줬는데 막상 집행 시엔 실제로 없을 가능성도 있다. 확실한 정보 확인이 최우선 돼야 한다.
류 전 총경은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가 출입을 막았다고 말하던데, 시민들과 서로 받쳐주며 국회 담을 넘었다"며 총선 경쟁자였던 나 의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서예원 기자 |
-인해전술 전략이 최우선일까.
그렇다. 충분한 경찰력이 가장 중요하다. 관저 진입 전후로 혼란을 수습하고, 제압한 뒤 체포하는 것, 체포 후 나오는 것, 나와서 조사하는 것으로 작전을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변수 없이 통제할 수 있으려면 관저 내외로 5000명 정도가 둘러싸야 한다. 추측컨대 내부에 한 500명 이상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공성을 하기 위해선 농성하는 인원의 3배 이상이 필요하다. 여기에 집회 시위 인원들은 별도로 계산해야 하니 이정도 인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력 충돌 가능성도 나오는데.
현 상황은 '치킨게임'이다. 눈치를 보고 주저하는 쪽에서 지게 돼 있다. 무력 충돌 가능성을 불사하고 강력한 법 집행 의지만 있으면 이길 수 있다. 윤석열이 구속되지 않으면 탄핵도 흔들린다. 윤석열의 전략은 체포와 구속을 막고 불구속 재판을 길게 끄는 방식이니 우린 반대로 가야 한다. 불구속 기소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체포를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류 전 총경은 "윤석열이 빠져나올 수 없게 윤석열의 '직접 지시'를 확인하는 증거를 찾아내는 게 수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서예원 기자 |
-관저에 가는 후배 경찰들에게 조언은.
아이러니하지만 '총을 쏴서라도 끄집어내고 문을 부수고라도 끌어내라'는 윤석열의 지시 그대로 현장 출동에 적용하면 된다. 계엄 실패 이유 중 하나가 윗선의 작전 계획 비밀 지키기 때문에 실제 움직이는 실무자들의 연습이 없었던 것 아니겠나. 보안을 지킨다고 현장도 안 가보고 무슨 임무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당일 현장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연습을 해야 한다.
검사는 2선, 판사는 3선이고 가장 프론트에 있는 1선은 경찰이다. 1차 집행 당시 공수처의 경우 2, 3선에 있던 사람이 1선에 가니까 두려웠던 것. 경찰이 주도권을 잡고 충분한 인력을 투입하면 2차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체포 문제 외 수사도 경찰이 공수처와 협력 중이다. 역할 분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서로 거리를 좁혀야 한다. 각각 자기 팔 자기가 흔드는 상황으로 가면 안 된다. 현재 공조수사본부(공조본) 체제로 수사를 하고 있는데, 이름은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함께 본부를 꾸려 같이 수사를 하지 않고 핫라인만 구축된 채 따로따로 각각 수사를 하는 모양새다. 서로 필요할 때만 연락하지 않고 본부를 꾸려 협의체를 상설화하고 실무자가 상시 대기해 경찰과 공수처가 주요 의사결정을 함께해야 한다고 본다.
체포 영장 재집행을 앞둔 경찰 후배들에게 해줄 조언을 묻자 류 전 총경은 "아이러니하지만 '총을 쏴서라도 끄집어내고 문을 부수고라도 끌어내라'는 윤석열의 지시 그대로 현장 출동에 적용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
-35년 '수사통'으로 근무했다. 경찰이 내란 수사에서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이 있다면.
현재 국방부 장관이나 사령관들이 내란 혐의로 구속됐고 그들의 공소장에도 윤석열이 적시돼 있다. 이에 윤석열이 빠져나올 수 없게 윤석열의 '직접 지시'를 확인하는 증거를 찾아내는 게 수사의 핵심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동작구 경찰관'으로 통한다던데.
동작구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런 피해를 입었는데 고소해도 되느냐', '수사가 어떻게 이뤄지느냐' 등 경찰과 관련한 민원이다. 주변에 아는 경찰이 있으면 좋다는데 제가 35년간 경찰로 근무했으니 저를 그렇게 활용하는 것이다. (웃음) 경찰 외에도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갖고 있어 도움이 필요한 지역 주민들에게 보탬이 되려고 한다.
한편으로는 계엄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 지역과 나라가 더 행복하고 안정되고 살기 좋았을까 생각을 한 번씩 해본다. 그러나 3년을 천천히 잠식하냐, 반년 안에 빠르게 수습하냐의 차이라고 본다. 동작구는 강남의 붉은 바람을 막을 당의 전략적 요충지다. 지역위원장으로서 조기 대선 시 우리 지역에서 많은 득표가 있길 바라고, 뒤이은 지방선거와 총선까지 '하나의 동작' 원팀을 꾸려 최선을 다하겠다.
류 전 총경은 "지역위원장으로서 조기 대선 시 우리 지역에서 많은 득표 있길 바라고 뒤이은 지방선거와 총선까지 '하나의 동작' 원팀을 꾸려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서예원 기자 |
☞ 류삼영 전 총경은? 1964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 대동고와 경찰대학을 졸업했다. 동아대에서 경찰법 석사학위, 형사법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부산경찰청 과학수사계장, 폭력계장, 수사2계장을 거쳐 총경으로 승진해 수사2과장, 상황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부산연제·영도·울산중부경찰서장을 지냈다. 한국 경찰 역사 10대 사건으로 분류되는 김길태 사건(사상구 여중생 강간 살인사건)과 신창동 실탄사격장 화재 사건을 수사 지휘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부산경찰청에 설치된 초대 반부패수사대장을 맡으며 경찰 특수수사 능력을 인정받았다.
울산중부경찰서장으로 근무하던 2022년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립 방침에 반발해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주도했다. 2023년 8월 좌천성 인사에 반발해 경찰을 떠났고, 같은 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의 3호 영입인재로 발탁됐다. 4·10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인 서울 동작을로 전략공천됐으나 낙선했다. 현재는 민주당 동작을 지역위원장으로서 지역을 누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