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영장 재집행 초읽기…충돌 우려 커져
허은아·이준석 기싸움…개혁신당 내홍 격화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이른바 '백골단'으로 불리는 '반공청년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해 뭇매를 맞고 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격언이 있다. 물론 잊어야 하는 과거도 있는 법이다. 비극을 끄집어내는 것은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독재 정권의 상징인 백골단을 국회에 끌어들였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무장 경찰이 학생과 시민을 무차별 폭행했던 그 시대의 악몽과 아픔이 다시 떠올랐다는 이유에서다.
-12·3 비상계엄 역시 마찬가지다.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그날, 국민은 공포와 혼란 속에 밤잠을 설쳤다. 다시 한번 역사의 비극이 반복됐지만 수습은 요원하다. 여야는 극한 대치를 이어가며 양극화에 기름을 붓고 있다. '극우 세력' '수구 X통' '빨갱이' '종북 좌파' 등 온갖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당사자는 꼭꼭 숨었다. 태평성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곡소리가 나와서는 안 되지 않나. 대환장 정치판이다.
9일 반공청년단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 /JTBC 유튜브 갈무리 |
◆국회에 나타난 백골단…길 터준 건 국회의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를 저지하겠다고 나선 이른바 '백골단'이 국회에 등장했다고?
-응.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 청년들로 구성된 '반공청년단'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하 조직으로 '백골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어. 백골단은 1980~90년대 민주화운동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검거했던 사복 기동대를 일컫는 별칭이야. 독재정권의 국가 폭력을 상징하기도 하지. 제복이 아닌 사복 차림에 흰색 헬멧이 그들을 상징하는 옷차림인데, 자신을 백골단으로 소개한 반공청년단은 이날 기자회견장에 흰색 헬멧을 착용하고 나타났어.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만 지금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데, 강한 이미지를 가진 백골단이 적절하다는 게 반공청년단 측의 설명이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은 원내 인사만 빌릴 수 있는 곳이잖아.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 주선으로 할 수 있었어. 김 의원은 반공청년단과 기자회견장에 같이 서기도 했지.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송구스럽다"라면서 이미 진행된 기자회견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어.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혐의 및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피곤한 듯 눈을 감은 모습. /뉴시스 |
-이를 두고 정치권 반응은 어때?
-여권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야.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10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1980년대 대학을 다닌 분이 백골단을 몰라서 반공청년단의 기자회견을 주선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놀랍다"며 "당내에서도 김민전 의원의 행태에 비판적인 의견을 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했어.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당이 망해가고 있는데 진짜 '죽어라 죽어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어. 다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의원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이유로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10일 김 의원에 대한 제명촉구결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어.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치 테러 집단 백골단을 떳떳하게 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자체가 국회의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회견 취소를 잘 몰랐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의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지적했지.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숙면을 취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을 거론하더라.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원이 이런 대업을 이루고 나서 퍽 불안했던지 국회 본회의장 안에서 또 숙면을 취했다"며 "오죽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잠자는 국회의 백골공주라는 별명까지 붙었겠나"라고 질타했다.
-'해당 단체가 백골단인지 몰랐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지만, 의원이 국민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때는 적어도 해당 단체가 어떤 단체이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는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닐까 싶어.
12·3 비상계엄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에서 발부된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공조본-尹 대치 지속…관저 도피설까지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와 윤석열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대립을 이어가고 있어.
-공조본은 첫 영장 기한까지 윤 대통령을 체포하는 데 실패했어. 지난 3일에는 집행을 시도했지만 약 5시간여 동안 경호처 등과 대치 끝에 불발됐지. 그 뒤 공조본은 다시 영장을 청구했고, 서울서부지법은 재발부했어. 첫 발부 때는 영장 기한부터 내용까지 공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기한을 공개하지 않았어. 첫 집행 때 이런 내용들이 모두 공개되고, 당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청사 출발부터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지면서 체포 계획과 집행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판단으로 보여.
-일촉즉발 분위기에서 윤 대통령 도피설이 제기됐어.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한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용산을 빠져나와 제3의 장소에 도피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관저 도피 의혹을 제기했어. 그러면서 "더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경찰에서도 소재 파악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날 들은 바 있다. 한남동 관저에 있으면 굳이 소재 파악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나"고 부연했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차벽이 설치돼 있다. 요새화가 된 모습이다. /장윤석 기자 |
-대통령실은 즉각 관계자를 통해 "관저에 계신 것으로 전해 들었다"는 메시지를 내며 진화에 나섰어. 또 이날 오후 오마이TV는 관저에서 윤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경호원 등과 함께 관저 영내를 둘러보는 모습을 포착해 보도했어. 영상을 본 사람들 대다수가 제스처 등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맞는 것 같다는 의견이었어. 결국 이렇게 도피 의혹은 설로 일단락되는 모습이야.
-그런데 대통령실은 이 보도 이후 오마이TV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어. 관저 일대는 현직 대통령이자 국가 원수가 거주하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보안시설인데 이곳을 허가 없이 무단으로 촬영해 보도했다는 이유야. 대통령실은 앞서 공조본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3일에도 관저 일대를 촬영한 언론사들을 같은 명분으로 고발 조치했어. 해당 언론사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취재였다는 입장이야.
-결국 영장 집행이 지연되면서 온갖 논란과 이벤트가 발생하는 모습이야. 공수처가 영장 집행을 경찰에게 넘기려 했다가 경찰이 거부하면서 없던 일이 되기도 했고, 2차 집행 때 경찰특공대가 투입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자 경찰이 이를 부인하기도 했어. 불법적 영장 집행에 협조할 수 없다는 경호처는 관저 주변을 요새화했어. 공조본도 집행 의지를 다지고 있어 다시 국가기관끼리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개혁신당 허은아(왼쪽) 대표가 이준석 의원의 최측근 인사를 연달아 경질하면서 발생한 내홍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현재 개혁신당은 사무총장을 포함한 주요 당직이 모두 공석인 상황이다./남윤호 기자 |
◆허은아·이준석, 당 주도권 다툼…개혁신당 내홍 어디로?
-당 주도권을 두고 이어진 개혁신당의 내홍이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네.
-맞아. 갈등이 해결되기는커녕 더 깊어지는 모양이야. 아이러니한 건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준석 의원의 대선 출마를 두고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라고 했다는 거야. 하지만 그 발언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허 대표가 이 의원의 측근인 김철근 전 사무총장을 경질했고, 이후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 지난 7일에는 허 대표 체제를 따르지 않겠다는 대변인단이 전원 사임하기도 했어. 현재 개혁신당은 사무총장을 포함한 주요 당직이 모두 공석인 상황이야.
-생각보다 갈등의 골이 깊은 것 같네. 허 대표의 입장은 어때?
-허 대표는 대변인단 전원 사임 다음 날 기자들과 만나 모든 사태의 책임은 김 전 사무총장에게 있다고 주장했어. 허 대표는 "김 전 사무총장이 자신을 흔들기 위해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고 있다"며 "사퇴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임기를 끝까지 할 생각"이라고 못 박았지. 허 대표는 자기가 '악녀'가 됐다며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문제라고 강조했어. 또한 허 대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2022년 이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직에서 축출됐던 시절과 비슷하다고 말했어. 그러면서 자신을 '이준석의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이 의원과 싸우려는 게 아니라고 말했지.
허 대표가 이주영 정책위의장을 해임하고 그 자리에 동대문구 구의원으로 대체했으나 다른 지도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의원은 10일 SNS에 올린 글에서 "어떤 욕심으로 이런 일들을 하는지 정말 개탄스럽다"라고 했다. /남용희 기자 |
-그렇구나. 이 의원은 어떤 입장이야?
-이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어가 없는 비판 글을 올려왔는데, 10일 처음으로 비판의 대상이 허 대표였다는 걸 드러냈지. 이 의원은 이날 허 대표가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을 정책위의장에서 해임하고 그 자리에 현직 구의원을 앉히려다 당 지도부 인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올리며 "어떤 욕심으로 이런 일들을 하는지 정말 개탄스럽다"면서 "당원과 지지자들께 죄송하고 단호하게 바로잡겠다"고 선언했어. 지난 8일에는 "한두 사람의 아집으로 당의 중대한 시기에 혼란을 빚게 돼 유감"이라며 "이 상황을 해결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 인사들에 대해 당원소환제를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 당원소환제는 당 대표를 포함한 당직자가 당헌·당규를 위반하거나 당의 존립의 악영향을 미칠 경우, 당원들의 투표로 당직자를 파면할 수 있는 제도야.
-둘 사이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모양이야. 허 대표는 "첫 주에 소통 시도를 많이 했으나 지금은 중간분들한테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전했어. 4월 보궐선거와 조기 대선을 앞둔 시점, 내홍이 길어지면 당의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개혁신당이 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리고 허 대표가 당 대표직을 지킬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지네.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