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권성동 적은 권성동?…민주, 8년 전 영상 보고 '깔깔'
입력: 2025.01.11 00:00 / 수정: 2025.01.11 00:00

허무하게 끝난 '국정협의회' 첫 실무협의
러-우크라 참전 북한군 사상자 급증


8일 최고위 회의에서 권 원내대표의 과거 인터뷰 영상이 재생되자 지도부는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권 원내대표와 만나 악수하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 /남윤호 기자
8일 최고위 회의에서 권 원내대표의 과거 인터뷰 영상이 재생되자 지도부는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권 원내대표와 만나 악수하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 /남윤호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25성동' 반박하는 '17성동'…빵 터진 민주 지도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주당 지도부의 웃음을 끌어냈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야.

-지난 8일 최고위 회의에서 권 원내대표의 8년 전 인터뷰 영상이 재생됐기 때문이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유 중 내란죄를 철회한 것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잖아? 권 원내대표나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 표결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런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권 원내대표가 지금의 주장과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던 거야.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 영상을 최고위 현장에서 틀었지.

-2017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던 권 원내대표는 JTBC 인터뷰에서 "유죄냐 무죄냐는 형사 법정에 관련된 문제이고 탄핵 법정에서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느냐 여부만 판단하면 된다"라고 말했어. 탄핵 심판에선 형법상 판단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지.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 중 대기업 총수들에게 재단 출연금을 요구했다는 뇌물과 강요죄를 제외해 논란이 있었거든. 권 원내대표가 이를 반박하는 것이야.

-8년 만에 입장이 완전히 바뀐 셈이니까 민주당 지도부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어. 영상을 보자마자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더라고. 이재명 대표는 "우리 당에 입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고, 한 최고위원은 "제가 권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화답도 하더라.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권성동 원내대표의 2017년 JTBC 인터뷰. 해당 인터뷰에서 권 원내대표는 유죄냐 무죄냐는 형사 법정에 관련된 문제이고 탄핵 법정에서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느냐 여부만 판단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박주민TV 갈무리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권성동 원내대표의 2017년 JTBC 인터뷰. 해당 인터뷰에서 권 원내대표는 "유죄냐 무죄냐는 형사 법정에 관련된 문제이고 탄핵 법정에서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느냐 여부만 판단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박주민TV 갈무리

-한 최고위원은 권 원내대표를 '일타강사'로 표현하기도 하더라. 지금의 논란에 대해 8년 전에 이미 깔끔히 정리해 줬으니 말이야. 한 최고위원은 "역시 시험 합격은 권성동"이라고 말하기도 했어.

-권 원내대표가 2022년 지인의 아들을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취직시켰던 일을 비꼰 거지. '사적 채용' 논란이 일자 권 원내대표는 "내가 추천했다"며 "7급을 넣어줄 줄 알았더니 9급에 넣었더라"고 해명해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십자포화를 맞았던 일을 소환한 거야. 유명 공무원 시험 전문 강의업체의 광고 문구를 차용해 '공무원 시험 합격은 권성동'이라는 비판이 나왔던 거 기억나지?

-권 원내대표 덕분에(?) 오랜만에 최고위 현장에서 웃음이 터졌던 거 같아. 이 대표도 "권 원내대표가 과거에 한 말을 보면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나"라고 말하더라고. 온라인상에는 '25성동'(2025년의 권 원내대표)을 반박하는 '17성동'이라는 밈도 퍼졌더라고. '권성동의 적은 권성동'이라는 소리도 있었고.

-'17성동' 사태를 보면 정치인들은 입장을 선회하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것 같아. 요즘 같은 시대엔 영상이 다 남아 있으니 실시간으로 반박이 가능하니 말이야. 아무튼 내란죄 철회 논란이 뜨거운데 어떻게 흘러갈지 참 궁금하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협의회 실무협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강명구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 /뉴시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협의회 실무협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강명구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 /뉴시스

◆국정협의회 첫 회의에서 기자들 탄식 흘러나온 이유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국 혼란 수습을 위해 여야정이 9일 '국정협의회' 첫 실무협의를 진행했잖아. 회의 시작 전 나온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첫 마디가 "취재할 내용이 없다"였다고?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도 "실무협의인데도 이렇게 언론의 관심이 많을 줄 몰랐다"라며 다소 놀란 눈치였어. 사실 이날은 계엄 이후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던 여야가 모처럼 머리를 맞대기 위해 모인 날이라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자리였어.

-맞아. 그런데 취재 열기와 달리 여야는 논의 의제도, 회의 결과도 모두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어. 비공개회의인 만큼 기자들은 여야 정책위의장의 백브리핑을 약 한 시간 동안 기다렸지만 예상과 달리 두 사람 모두 말을 아끼자 기자들 사이에선 탄식이 흘러나왔어.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의 결론을 바로 도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새로 다시 만나 협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어. 다음 회의는 언제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추후 협의로 정할 것'이라고 답하며 사실상 다음 회의가 열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야.

-여야정이 모처럼 모였지만 의제 확정도 하지 못하고, 다음 회의 일정도 정하지 못한 채 서둘러 끝나버리면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비롯한 계엄 수사와 사법처리가 진전되기 전에는 아직 여야 협치를 모색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됐어. 진 의장이 회의 전에 어색함을 풀려고 "윤 정부 이후로 여야가 만날 일이 없었다"며 "국회 내 원탁 테이블도 없는데 만남에 필요한 원탁을 마련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는데, 진 의장 말대로 '협치'보단 '대치'가 더 익숙한 국회에 원탁 테이블이 빨리 마련돼 여야 모두 협치 논의에 힘을 써야 할 것 같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북한군 사상자 수가 전체 파병 인원의 3분의 1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우크라이나군 제8특수작전연대(CCO)가 공개한 북한군 드론 공격 주장 장면. /CCO 페이스북 갈무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북한군 사상자 수가 전체 파병 인원의 3분의 1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우크라이나군 제8특수작전연대(CCO)가 공개한 북한군 드론 공격 주장 장면. /CCO 페이스북 갈무리

◆이역만리서 사망한 北 군인들...북러 밀착은 가속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원된 북한군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파병 북한군 1만2000여명 중에 사상자는 4000여명이라고 밝혔어. 약 3분의 1이 희생된 셈이지. 그동안 북한군이 러시아의 '총알받이'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더러 있었는데, 사상자의 증가 속도를 보면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해 보여.

-실제로 우크라이나 또는 러시아 매체들의 보도를 살펴보면 북한 병사들은 은폐·엄폐물이 없는 개활지에서 진격하는 모습을 보여.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이나 포격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전해져. 북한군 전력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자 북한 고위급 장교가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러시아에 파견됐다는 보도도 있었지.

북한군 사상자 수가 급증하는 사이 북러 관계 진전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갖는 모습. /AP. 뉴시스
북한군 사상자 수가 급증하는 사이 북러 관계 진전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갖는 모습. /AP. 뉴시스

-그러는 사이 북러 관계는 더 끈끈해지고 있다고?

-응. 먼저 북한이 새해를 맞아 발행할 우표에는 러시아어가 처음 병기된 것으로 확인됐어. 북한 '조선우표' 누리집에 게재된 올해 우표 관련 설명에는 러시아어가 새롭게 병기돼 있었지. 지난해까지만 해도 러시아어는 없었어. 지난 2015년 '조로(북러) 친선의 해' 기념 발행 우표에서도 러시아어는 찾아볼 수 없었지.

-북러 관계가 더 가까워졌던 건 지난달 27일 노동신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 당시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그달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연하장이 공개됐어. 연하장은 신문 1면에 별도로 공개됐는데, 그동안 북한이 우방국들의 연하장을 한꺼번에 보도한 점과 비교해 보면 꽤 이례적이었지.

-이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한 북러 밀착은 가속할 조짐이야. 북한의 추가 파병설도 언급되는 상황이라고 해.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을 이용해 북한군을 공격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한 적 있어. 해당 영상이 사실이라면 북한 군인들은 무방비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국적을 떠나 한 개인의 생명이 순식간에 소멸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싶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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