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거리두기'가 중도층 잡을 포인트
'소신 이미지' 유승민·안철수 '큰 강점'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체급의 대권주자이다. 특히 최근 한동훈 전 대표의 정치적 위기로 여권 대선 구도가 재편되면서 그의 행보에 더 눈길이 쏠리게 됐다. /서울시 |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파장으로 유력했던 '한동훈 1강 체제'가 깨지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보수 진영 내 권력 경쟁이 예상된다.
◆'중도 확장 가능' 오세훈…약한 당내 지지기반 극복 요소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체급의 대권주자이다. 특히 최근 한동훈 전 대표의 정치적 위기로 여권 대선 구도가 재편되면서 그의 행보에 더 눈길이 쏠리게 됐다. 최근 오 시장도 중앙과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홍준표 시장과는 그 방향이 다르다. 탄핵 반대를 주장하던 오 시장은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을 앞두고 오 시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민심을 의식한 전략으로 보인다. 중도 확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은 오 시장의 강점이다.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해 출마하게 된다면 보수 진영에 한없이 불리할 상황에서도 '합리적인 이미지'로 수도권 표심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인물이다. 또 국민의힘이 '계엄 옹호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는 와중에 윤 대통령과의 분리를 해냈기 때문에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데도 유리하다.
최초 4선 서울시장 경험으로 오랜 행정 경험과 행정력과 탁월한 정치 아젠다 선정은 그의 또 다른 장점이다. 다만 16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국회를 오랜 시간 떠나있어 당내 세력이 많지 않아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건 약점으로 꼽힌다. 이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오 시장은 오랜 시간 보수진영으로부터 '그의 보수적 가치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제기된 인물이라 그 부분에 대한 해소가 없으면 보수 적통의 지지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이른바 '명태균 의혹'에 이름이 언급되는 것 또한 리스크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명태균 씨에 대해 "두 번 만난 것이 기억난다. 그 이후 연락하거나 의견을 주고받을 일도 없었다"며 선을 긋고 있다. 오 시장이 연루된 것처럼 보도되는 것과 달리 오 시장 측은 진상 규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알려져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이 해결되면 오히려 대권주자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차기 대권주자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사진은 지난해 7월19일 서울 양천구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나선 원희룡 후보가 방송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
◆'정무·행정 능력' 갖춘 원희룡…친윤 색채 발목 잡나
여권 차기 대권주자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원 전 장관의 최대 강점은 '정치력'이다. 세 차례의 국회의원과 두 차례의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역임 경험을 통해 정무와 행정 능력 모두를 갖췄다는 평가다. 원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보수 진영 내 자신에 대한 지지기반을 증명해 냈다.
'친윤'(친윤석열)이란 강한 색채는 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 전 장관은 윤 대통령 탄핵안 첫 표결을 앞두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대한민국을 분열시키는 탄핵만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친윤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당대회에서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원 전 장관은 선거를 '네거티브전'으로 몰아갔다는 비판을 받으며 '합리적' 이미지를 잃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전 대표 사퇴 이후 친윤 세력이 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원 전 장관에게 출마 요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 원 전 장관은 친윤이라는 색채를 끊어내는 게 큰 과제인데 이런 상황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친윤이라는 꼬리표를 극복한다면 대권주자로서 가능성이 있겠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탄핵 심리 과정에서 이겨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대권주자로서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타핵 표결을 앞둔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
◆유승민·안철수의 '소신 이미지'…당내경선부터 과제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대권주자로서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강점과 약점은 결이 비슷하다. 먼저 유 전 의원은 보수 진영 내 '소신 있는 정치인' 이미지가 강하다. 최근에도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국민의힘을 겨냥해 "윤 대통령과 계속 같이 가면 망한다"며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안 의원도 이번 탄핵 표결 과정 그의 행보가 주목받았다. '탄핵 반대·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갈 때 안 의원 혼자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다가 표결까지 마치는 소신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에도 당 지도부와 달리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몫 3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신념에 맞는 정치의 길을 가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면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보수에 돌아선 민심과 중도층의 표를 되돌려 올 수 있다는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두 사람 모두 당내 장악력과 기반이 취약해 당내 경선도 힘든 상황이라는 약점이 있다. 박상병 교수는 "어떤 후보가 나와도 여권이 불리한 상황에서 유 전 의원과 안 의원같이 국민에게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들이 후보로 변화 의지 메시지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