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2인자' 박보희, 은밀히 추적·감시
우루과이, 브라질,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
상대국 외교적 마찰 우려...美 관계 걱정도
외교부는 매년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를 공개한다. <더팩트>는 외교부가 1981년 작성한 통일교의 남미 진출 보고서를 재구성했다. 보고서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씨에게도 전달됐다. /임영무 기자 |
외교부는 매년 30년이 지난 기밀문서를 일반에게 공개합니다. 공개된 전문에는 치열하고 긴박한 외교의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전문을 한 장씩 넘겨 읽다 보면 당시의 상황이 생생히 펼쳐집니다. 여러 장의 사진을 이어 붙이면 영화가 되듯이 말이죠. <더팩트>는 외교부가 공개한 '그날의 이야기'를 매주 재구성해 봅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외교비사(外交秘史)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감춰져 있었을까요?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외무부(외교부)는 1981년 8월 24일 '통일교의 남미 진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통일교가 남미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외무부는 통일교 2인자 박보희의 뒤를 은밀히 밟았다. 현지 언론 반응도 종합해 대책 마련을 강구하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씨에게도 전달됐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우루과이
박보희는 Queirolo 우루과이 육군총사령관과 접촉해 반공 계열 신문을 발간하고, 호텔 건설 및 부동산 투자 등 각종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 중이다. 자금 규모는 약 4000만달러로 추정된다. Queirolo 장군은 최근 독직 사건과 관련해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고, 극우노선을 반대하는 Alvarez 신임 대통령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루과이의 한 주간지는 통일교가 미국 등지에서 빚은 각종 물의를 상세히 보도했다. 그러면서 통일교가 한국 정부의 조정과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살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통일교의 투자 활동에 대해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Alvarez 대통령의 측근인 Scheck 한·우 친선협회장은 한국 정부와의 연관성에 의혹을 갖고 협회장직 사의까지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무부가 작성한 '통일교의 남미 진출' 보고서. 외무부는 "통일교는 1981년 3월 이후 남미 4개국에 진출해 최근 들어 활동을 강화, 현지 언론이 강한 반발을 보이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부 제공 |
2. 브라질
브라질 최대 방송인 Rede Globo는 이틀 동안 통일교 활동 현황과 피해자 가정 현황, 통일교 신자가 된 자녀들을 가정으로 돌려달라는 부모들의 탄원 등을 담은 특집 방송을 대대적으로 송출했다. 방송 이후 브라질 각계에 통일교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현지 경찰은 통일교 활동의 합법성 여부를 내사 중에 있다. 상파울루 경찰 당국은 한국 총영사에게 통일교 문제에 대해 협의를 제의한 바 있고, 브라질 외무성도 이 문제에 대해 검토를 개시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3. 볼리비아
박보희는 3월 29일부터 4월 1일 동안 볼리비아를 방문해 Garcia Meza 대통령과 군부 및 각계 요인 300여 명을 만찬에 초청, 반공주의를 역설했다. 볼리비아 국영 방송은 박보희가 프레이저 청문회에서 연설한 내용 전부를 전국에 방영했다. 현지 극우단체 참여 아래 상업 방송국 건립 추진과 TV, 신문 발간 사업 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4. 파라과이
박보희 일행이 3월 6일 Stroessener 대통령 및 Juan Manuel Frutos 반공 연맹 회장을 예방해 면담했다. 박보희는 반공을 이념으로 하는 Causa Internacional을 조직해 활약 중이며 반공 세미나를 개최했다.
5. 문제점 분석
한국 정부는 통일교와 하등 관계가 없으며 통일교의 해외활동은 해당국의 법질서 내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일교가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오해는 상존하고 있다. 주우루과이 대사는 기자회견 등의 방법으로 통일교와 한국 정부의 무관함을 밝힐 것을 건의했다.
통일교는 반공 성향 국가의 극우 인사와 접촉해 반공 세미나, 강연회 등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국가에 따라서는 극우노선을 반대하는 중도 세력이 차기 집권할 수 있어 반드시 유리하게만 작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
주우루과이 대사관이 분석한 현지 언론의 통일교 보도 현황. 조사 기간은 1981년 8월부터 11월까지였다. /외교부 제공 |
통일교는 막대한 자금으로 언론 기관 설립, 호텔 건립, 부동산 매입 등 대규모 투자 사업으로 현지 내 기존 관련 업계를 위협, 필연적인 대립이 예상된다. 특히 이들 국가의 경제 불황과 관련해 심한 반발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우루과이, 브라질에서는 언론계를 필두로 각계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친한(親韓) 인사까지도 한국 정부와 통일교 간 연계 가능성에 관련 의혹을 공공연히 보이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통일교 신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이 정부 당국에 "자녀를 가정으로 되돌려 달라"는 탄원을 내는 등 사회적 물의가 일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에 따라 통일교의 남미 진출이 확산할 경우 각국 반응은 더욱 예민하게 나타날 것이다. 미국과의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끝.
외무부는 통일교의 남미 진출이 해당 국가와의 외교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했다. 이에 통일교가 현지 언론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감시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특히 주우루과이 대사관은 현지 언론의 보도 내용, 성향 등을 분석해 보고하기도 했다. 분석 기간만 3개월에 달했으며 80건가량의 기사들이 정부에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