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외로 선방하고 있는 지지율 때문
보수층 탄핵 포비아·이재명 거부 정서
"외연 확장엔 한계"
국민의힘이 강성 지지층에만 집중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도 예상외로 선방하고 있는 당 지지율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여야 대표 회동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강성 지지층에만 집중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도 예상외로 선방하고 있는 당 지지율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수 지지층 결집으로 일시적인 위기에서 벗어난 듯 보여도 조기대선으로 넘어갈 경우 중도층 흡수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지 못하고 있다. 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되자 국민의힘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금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체포영장이란 비상 수단을 통해 현직 대통령의 구금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수사 방법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며 "현직 대통령에 대해 좀 더 의견을 조율해 출석을 요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어디 도망간 것도 아니고 이미 비상계엄 관련한 분들 조사가 거의 다 완료된 상태로 증거 인멸 우려도 없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신중을 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현직 대통령이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거나 도주 우려가 없는데도 더구나 애도 기간에 체포영장을 청구해서 발부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영장청구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공수처에 대응하는 서울 중앙지방법원이 아니라 야당이 추천하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이 있는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영장을 청구한 부분도 대단히 문제"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윤 대통령이 공수처와 경찰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의 소환조사를 세 차례 불응한 배경은 언급하지 않았다. 적법한 수사절차가 아니라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윤 대통령과 사실상 뜻을 함께한 것이다.
비대위 구성 이후 권 비대위워장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지만 이도 무산됐다. /박헌우 기자 |
비대위 구성 이후 권 비대위워장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지만 이도 무산됐다. 전날 서면 취임사를 통해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으로 갈음하겠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추가 대국민 사과 여부를 묻는 질의에 "이제 앞으로 가야 할 때라고 본다"고만 답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어제 서면으로 사과를 했다"며 "지금 엄중한 시국 상황임을 감안해서 정치적인 논의는 최대한 자제하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반등 분위기를 탄 지지율에 보수 지지층 결집으로 버티기 전략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전날 국민의힘 지지율이 전주보다 0.9%포인트(p) 상승한 30.6%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였던 이달 둘째주 25.7%에서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26.7%p까지 벌어졌던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도 15.2%p로 좁혀졌다.
당 지도부 뿐 아니라 개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우클릭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전광훈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의장 주도의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는 윤상현 의원이 참석했다. 윤 의원은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막아내지 못했다. 존경하는 애국 시민들께 사죄하겠다"며 큰절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강성 지지층에 호응하는 이유는 보수층의 탄핵 포비아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거부 정서를 이용해 결집을 이끌어 위기를 극복해 내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또 현재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 지역구를 영남권에 두고 있어 수도권 민심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한몫 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30% 안팎까지는 결집할 수 있더라도 중도층 싸움에서는 이대로 가면 질 수밖에 없다"며 "외연 확장에는 확실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su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