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절'로 시작해 탄핵까지…'尹의 악몽' 2024년
입력: 2025.01.01 00:00 / 수정: 2025.01.01 00:00

김건희 명품백 의혹에 "박절하게 대하기 어려워"
야당과 극한 대립, 당정 관계도 삐걱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 자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관저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관저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대통령실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4년은 시작부터 끝까지 각종 의혹과 논란을 자초하면서 결국 탄핵 심판대에 오르게 된 악몽같은 한 해가 된 모습이다.

신년 대담부터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모두 곱지 않은 눈초리를 받았고, 4대 개혁 중 의료개혁은 의료계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향한 의혹은 계속 커졌고, 명태균 씨의 폭로를 기점으로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야당과의 갈등은 물론 당정 관계도 삐걱거리면서 불안한 정국이 이어졌고, 결국 비상계엄이라는 자충수를 두면서 탄핵 심판과 내란혐의 수사를 모두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올 2월 4일 사전녹화한 신년 대담을 7일 공개했다. 박장범 당시 KBS 앵커가 진행을 맡아 각종 현안에 대한 질문을 주고받는 형태였다. 그러나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나오는 기자회견 형식이 아니라 폐쇄적인 사전녹화를 택하면서 '쇼'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내용도 논란을 일으켰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두고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 답하면서다. 위법성 여부라는 본질을 벗어난 해명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박 앵커는 명품백을 '파우치'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하면서 사안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고, 이후 그는 12월 10일 KBS 사장으로 취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0월 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며 인사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0월 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며 인사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4대 개혁 중 하나인 의료개혁은 특히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분위기다. 여전히 의료계는 2025학년도 정원 확대를 무효화하라고 요구하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고 있고, 정부는 계획대로 2000명 증원을 강행하고 있다.

거대 야당 민주당과 갈등은 점점 심화했다. '거부권 정국'이 양 측의 양보없는 대립을 여실히 보여줬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등을 비롯해 모두 31건의 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며 국회로 돌려보냈다.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도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그 기조를 이어갔는데, 동시에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면서 결국 탄핵소추를 피하지 못했다.

'같은 편'으로 여겨지는 여당과의 관계도 계파 갈등 속에 삐걱댔다. 윤 대통령은 올 1월 말 5차 민생토론회 개최를 30분 앞두고 불참을 공지했다. 감기 기운이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으나 당시 대통령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발생한 충돌의 여파였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이어 10월 말 윤 대통령은 한동훈 당시 당대표를 대통령실로 불러 면담을 가졌다. 명태균 씨 관련 의혹이 확산되면서 국정운영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던 때다. 그러나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조치 등을 두고 양 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갈등 봉합에 실패했고, 이런 갈등은 이후 국회의 탄핵안 표결 때 이탈표 확대로 이어졌다.

비상계엄령이 해제됐던 지난해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외부 유리창이 계엄군 진입으로 파손돼 있다. /이새롬 기자
비상계엄령이 해제됐던 지난해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외부 유리창이 계엄군 진입으로 파손돼 있다. /이새롬 기자

9월부터 한 언론을 통해 제기된 명태균 씨 관련 의혹은 대통령실의 반복된 거짓 해명 논란과 맞물려 윤 대통령의 입지 약화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됐다. 대통령실은 첫 해명에서 윤 대통령이 명 씨를 단 두 번 만났고, 대선 후보 경선 이후에는 대통령이 명 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해명했으나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이 민주당의 녹취 공개로 밝혀졌다. 이 녹취에서는 대통령이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윤 대통령은 11월 7일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두 시간 넘게 진행하며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여러 차례 사과하면서도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알맹이 없는 사과였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그리고 12월 3일 밤, 윤 대통령은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비상계엄 선포라는 극단적인 수를 뒀다. 국회가 곧장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가결하며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위헌·위법적인 조치였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더 이상 윤 대통령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후 국회의 첫 번째 탄핵안 표결은 여당이 반대 단일대오를 지켜내면서 개표 자체가 무산됐지만, 12월 14일 두 번째 시도에서 찬성 204표로 결국 가결됐다.

아울러 공수처와 경찰, 국방부 등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내란 혐의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2024년 마지막 날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중심으로 탄핵 심판을 받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즉각 파면된다. 또 형법 제87조에 따르면 내란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해진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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