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 체제'로 가닥 잡혔지만…여전히 민심과는 동떨어진 與
입력: 2024.12.22 00:00 / 수정: 2024.12.22 00:00

다음주 초 발표…"의견 대립 있어 고심 중"
권영세·나경원…'윤석열 옹호당' 이미지 우려
조기대선 염두 주도권 경쟁 중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당의 위기를 수습할 지도부조차 못 꾸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최종 인용될 경우 조기대선까지 당을 이끌어 갈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두고 이해관계와 셈법이 복잡해진 탓이다. 사진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당의 위기를 수습할 지도부조차 못 꾸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최종 인용될 경우 조기대선까지 당을 이끌어 갈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두고 이해관계와 셈법이 복잡해진 탓이다. 사진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국민의힘은 당의 위기를 수습할 지도부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최종 인용될 경우 조기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 갈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두고 이해관계와 셈법이 복잡해진 탓이다. 다음 주 초 비대위원장이 결정되더라도 민심은 외면한 채 정치적 계산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16일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한 이후부터 줄곧 의원총회와 선수별 모임을 통해 차기 비대위원장 인선을 논의했지만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으면서 최종 결정은 다음 주로 미뤄졌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선수별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주 초 차기 비대위원장 인선을 발표할 계획이다.

권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선과 관련해 "이런저런 의견이 있고 의견이 대립되고 있어 고심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나마 가닥이 잡힌 건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를 별도로 두는 지도부 '투톱 체제'라는 점이다. 당초 권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겸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의원들 대체로 원톱 체제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한 명이 짊어질 리스크와 업무량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엄태영 의원은 이날 재선의원 모임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국에 원 마이크보다 투 마이크가 낫다"며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분리해 투톱체제로 가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권영진 의원도 "한 명이 원톱으로 갈 경우 지도부가 짊어질 부담과 리스크가 크다"며 "부담과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서 투 보이스로 나가는 게 좋겠다는 차원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원내대표와 비대위로 가는 게 좋겠다"고 설명했다.

3선의 김석기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혼자서 할 경우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앞으로 당 대표 역할을 하는 비대위원장이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투톱으로 가는 게 맞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4선 모임 뒤 박대출 의원은 "경험 많은 원내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해서 투톱 체제로 당을 이끌어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다.

구체적인 후보로는 5선의 권영세·나경원 의원으로 좁혀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구체적인 후보로는 5선의 권영세·나경원 의원으로 좁혀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구체적인 후보로는 5선의 권영세·나경원 의원으로 좁혀지고 있다. 이들 모두 각 서울 용산과 동작, 수도권 지역구의 중진 의원이라는 강점이 있다. 권영세 의원은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맡아 친윤(친윤석열)계란 색채가 강하지만 합리적인 성품으로 당의 분열과 위기를 잘 수습해나갈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경원 의원은 비교적 친윤 색채가 약하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원내대표를 맡아 당을 이끈 경험이 있는 게 강점 요인으로 꼽힌다.

비대위 전환 체제로 돌입한 지 며칠 째 몇 후보 이름들만 거론될 뿐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는 비대위원장 자리를 두고 물밑에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대선 경선 룰, 본선 관리 등 비대위가 대선까지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가게 된다. 국민들은 당에 "쇄신하라"고 외치는 와중에도 자신들의 권력다툼에만 매몰돼있는 모습처럼 비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권 의원과 나 의원 모두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다는 점도 당으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두 사람 모두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에 참여하지 않아 둘 중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든 민심은 외면한 채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미지가 굳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권 의원은 탄핵 표결 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섣부르고 감정적인 탄핵은 또 다른 비극을 부를 뿐"이라며 "더 이상 국정마비와 헌정중단의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나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회조사도 없이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는 것이 민주주이인가"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당내에서도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탄핵에 반대했던 인물이 비대위원장으로 갔을 경우 자칫 계엄 옹호당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 깊이 유념하고 고민해야 한다"라며 "비대위원장이 되는 분의 제일 첫 번째 과제는 대통령을 제명시키는, 즉 대통령과의 분리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김상욱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됐고, 잘못된 것에 대해 정확한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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