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법대 선후배 사이
李, '국정협의체·추경' 제안
權 "탄핵 남발 철회해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권한대행이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첫 만남을 가졌다. '대학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탄핵 정국 수습과 민생 안정 대책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권 대행을 만나 "권 대행은 제 대학 선배님이자 어릴 때 고시 공부를 같이 한 개인적으로 아주 가까운 사이"라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대화하지 못할 주제는 없고 협의하지 못할 의제도 없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얼마든지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중앙대 법학과 선후배 사이로 권 대행이 80학번, 이 대표는 82학번이다. 이들은 교내 고시반에서 함께 사법고시를 준비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행은 1985년, 이 대표는 1986년에 각각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기수 역시 권 대행이 17기, 이 대표가 18기로 한 기수 차이다.
그러나 탄핵 정국 수습책을 놓고 두 사람은 온도차를 보였다. 이 대표는 "대통령 직무정지로 국정이 매우 불안정하고 대행 체제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국회 1당과 2당이 힘을 합쳐 국정이 안정될 수 있도록 협의가 필요하다"며 '국정안정협의체' 참여를 재차 촉구했다.
민생 안정을 위한 '추경'도 제안했다. 이 대표는 "그간 정부의 경제 부문 책임이 너무 미약했다고 생각한다"며 "조속한 민생 안정을 위한 민생 추경을 하는 게 어떨지 전향적 검토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
다만 권 대행은 "나라가 어려울수록 행정부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사법부도 공정한 심판을 하리라 예상된다. 다만 입법부만 지나친 경쟁을 좀 자제하고 민생 안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면 이 혼란스러운 정국을 잘 수습할 것"이라며 온도차를 보였다.
최재해 감사원장·박성재 법무부장관 등 고위 관료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 차원에서 철회해야한다고도 주장했다. 권 권한대행은 "총 14건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대기 중이고 대통령 탄핵소추안도 있다"며 "이를 다 언제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정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남발했던 탄핵 정치는 국회 차원에서 철회해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 검토 필요성도 주장했다. 권 권한대행은 "1987년 헌법 체제 이후 7번째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는데 제대로 잘 했다고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며 "헌정사 3번에 걸친 탄핵 정국인데 대통령 중심제의 국가가 과연 우리 현실과 맞는지 이 시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팽팽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 대표는 "저는 가끔씩 정치하는 분들한테 농담 삼아 '지금 행복하신가', '이렇게 만들고 밤에 잠이 잘 오시나'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며 "국민이 행복하고 나라가 안정돼야 하는데 하루 종일 누군가를 제거하기 위해서 싸우고 주어진 권력으로 오로지 내 이익을 어떻게 챙길까 노심초사하다 보면 그 본인도 불행하다"고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얘기한 것처럼 권 대행과 같은 학교 동문이기도 하고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이라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현안에 어떤 합의를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합의한게 따로 있진 않았지만 오늘 이렇게 만난 것 자체가 의미가 있지 않느냐"며 "양측이 정례 회동까진 아니더라도 자주 만나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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