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육군특수전사령관, 尹 계엄 지시 정황 증언
혁신당, 실형받은 조국 전 대표와 눈물의 작별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는 사이 한국 외교는 고립무원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에는 찬물이 끼얹어졌고, 심화하는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한 대처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남윤호 기자 |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계엄 지르고, 내란죄 부인하는 사이...한국 외교는 '고립무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에 우리 외교가 '올스톱' 국면이라고?
-응. 가장 우려스러운 건 한미 관계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기습적인 계엄 선포가 있자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해. 하지만 조 장관은 이를 받지 않았지. 조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갔고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미국을 잘못 이끌고 싶지 않았다"고 해명했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계엄 상황을 TV로 처음 알았다지. 우리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으로서도 계엄이라는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거야. 심지어 당일까지 어떠한 정보도 공유받지 못한 셈이지.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한국과 관련한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는데, 적잖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다음 해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등이 전망되지만 현재로선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시 주석, 이시다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부터). /AP·신화. 뉴시스 |
-한중 관계도 위기를 맞은 것 같아.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신의 내란 혐의를 부정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끌어들였어. 윤 대통령은 야당이 간첩죄 개정에 협조하지 않아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다며 외국인이 연루된 간첩 사건을 언급했어. 그러면서 돌연 이들의 국적이 중국이라고 밝힌 거야. 그동안 한국의 계엄사태에 침묵을 유지했던 중국은 발끈했지. 내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11년만 방한 가능성도 물거품이 됐다는 우려가 제기돼.
-윤 대통령이 출국금지인 점도 우리 외교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맞아. 윤 대통령은 내란죄 혐의 등으로 현재 출국금지 상태야. 외국 정상이 한국을 방문하지 않는 한 정상 간 대면 외교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 지난 12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국가 정상급이 참석해야 하는 국제무대 또는 행사에 윤 대통령은 참석할 수 없는데 외교부는 어떤 방안을 강구 중인지' 물었어. 이에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상대국, 상대 기구와 협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지. 우리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복잡다단한 정상 간 외교에 또 하나의 벽을 넘어야 하는 셈이야.
윤 대통령은 내란죄 혐의 등으로 현재 출국금지 상태다. 국외 정상이 한국을 방문하지 않는 한 정상 간 대면 외교는 불가능졌다. 사진은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 /박헌우 기자 |
-당장 내년만 하더라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참석했지. 이에 각국 정상들이 발걸음을 옮기면서 트럼프에 줄을 대기 시작했어. 한국은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당시로서는 윤 대통령의 계엄 후폭풍에 정국이 혼란스러웠을 때거든.
-이 밖에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경주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이 예정돼 있어. 정부는 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겠다는 방침이지만 동력을 상실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겠지. 갈수록 심화하는 북러 간 군사협력에 대한 대처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여. 오는 14일 국회에서는 윤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표결돼.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의 직무는 곧바로 정지되고, 우리 외교는 당분간 마비될 거라는 우려가 짙어져. 현장에서 고군분투했던 외교관들의 한숨이 여기까지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인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10일 증언했다. /배정한 기자 |
◆"尹 문 깨부수라고"…탄핵 결정타(?) 나온 국방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결정타가 나왔다던데. 무슨 일이야?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의 계엄을 지시한 정황을 밝혔거든. 그는 지난 3일 계엄 선포 당시에 707특수임무단과 제1공수특전여단 등을 국회에 보냈던 인물이야. 지난 10일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은 계엄 작전 때 윤 대통령으로부터 두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어.
-앞서 곽 전 사령관은 지난 6일 김병주 민주당 의원과의 유튜브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비화폰(보안 휴대전화)으로 전화를 걸어 병력 이동 상황만 물어보고 이후에 따로 연락은 없었다고 했거든. 그런데 국방위에선 입장을 번복했어. 두 차례 받았다고 했으니까.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과 통화한 것에 대해 당시 상황이 그걸로 끝이었다고 했는데 대통령으로부터 또 전화를 받았죠"라고 물었는데 대답을 머뭇거리더라고. 약 10초간 망설이다가 박 의원이 "전화 받으셨죠"라고 재차 물으니 끝내 시인하더라고.
-박 의원에 따르면 사전에 정보는 없었다고 하네. 11일 델리민주 라이브 방송에 출연한 박 의원은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는데 앞선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 도중에 곽 전 사령관이 "첫 번째 통화에선 그것이 끝이었다"라는 답변에서 직감적으로 이상한 낌새를 포착했다고 해. 첫 번째 통화라고 밝힌 건 두 번째도 있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거니까. 그래서 자기 차례에 '두 번째 통화'를 캐물은 것이지.
곽 전 사령관은 10일 오전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추궁에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윤 대통령으로부터 두 차례 통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이후 박 의원을 찾아 두 번째 통화 내용을 고백했다고 한다. /박범계 의원 SNS 갈무리 |
-오전 질의에선 곽 전 사령관이 통화 내용을 밝히길 거부하면서 마무리됐는데, 점심 식사가 끝날 무렵 곽 전 사령관이 박 의원에게 면담을 요청했나 보더라고. 국회 모처에서 곽 전 사령관과 김용태 707특임단장을 만났고, 두 번째 통화 내용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네. 곽 전 사령관이 경직될 것을 우려해 따로 녹취는 하지 않고, 종이에 박 의원이 받아썼대. '핵폭탄급'이라고 생각해서 오후 본회의에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예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바로 소통관으로 옮겨 "곽 전 사령관이 계엄 전말에 대한 양심고백을 했다"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더라고. 곽 전 사령관의 발언이 쓰인 노란색 종이를 손에 꼭 쥐고 말이야.
-그래서 두 번째 통화 내용은 뭐야?
-윤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졌다며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거야. 충격적이지? 계엄 현장을 직접 지시한 정황으로 볼 수 있는 셈이지. 내란의 직접적 증거지.
-박 의원에 따르면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세 번째 연락도 받았대. 전화가 온 시점은 6일 김병주 의원과의 유튜브 인터뷰를 하기 직전이라고.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의 지시와 계엄이 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화를 받지 않았대.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곽 전 사령관의 폭로를 만류하려던 게 아닐까 추측하더라고.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소견을 발표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
◆'조기퇴진' 조국 마지막 기자회견에...혁신당 '눈물바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했다며?
-응. 지난 12일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고 의원직을 상실했어. 혁신당 내에선 '파기환송'을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앞선 1·2심 판결을 뒤집지 못했지.
-당헌·당규에 따라 대표직은 김선민 혁신당 최고위원이, 의원직은 비례대표 13번이었던 백선희 혁신당 복지국가특별위원장이 이어받게 됐어. 백 위원장은 오는 14일 본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할 예정이야.
-조 전 대표의 공백으로 혁신당 의원들의 상심이 클 것 같은데?
-맞아. 혁신당 내부에서 조 전 대표의 존재감과 상징성이 컸던 만큼, 의원들의 상실감이 큰 듯해. 조 전 대표의 실형 확정 후 진행된 기자회견 현장에서 이를 체감할 수 있었지. 가수 '리아'로 활동한 바 있는 김재원 의원은 조 대표가 건네는 마지막 인사에 소리가 들릴 정도로 오열했어. 다른 의원들도 눈시울이 붉어지며 울먹였지. 황원하 원내대표와 차규근 의원은 참담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지.
실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잃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는 모습. 김재원 의원(가운데)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조 전 대표는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며 회견을 이어갔는데, 아마 그런 모습이 의원들을 더 슬프게 했던 것 같아. 조 전 대표는 "저는 잠깐 멈추지만, 혁신당은 후퇴하지 않는다"며 "더 탄탄하고 맑은 사람이 돼 돌아오겠다"고 했어.
-사법부 판단에 대해 혁신당은 어떤 태도야?
-아쉽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할 일을 하겠다는 방침이야. 조 전 대표의 권한대행을 맡게 된 김선민 의원은 "할 말은 많지만 공당으로서 사법부의 판결을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하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밝혔어. 그러면서 "윤석열 탄핵과 정치 검찰 해체라는 두개의 과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혁신당은 빠르고 강하고 선명하게 전진하겠다"고 약속했지.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