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국민담화 통해 비상계엄 입장 밝혀
선포 사유, 공직자 탄핵·안보 위협·예산 삭감·부정선거 의혹 제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개한 대국민담화 영상에서 "거대 야당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해 위헌적 조치들을 계속 반복했지만 저는 헌법의 틀 내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기로 했다"며 "현재의 망국적 국정 마비 상황을 사회 교란으로 인한 행정 사법의 국가 기능 붕괴 상태로 판단해 계엄령을 발동하되 그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야당의 지속적인 공직자 탄핵, 국가 안보 위협, 예산 삭감, 부정선거 의혹 등을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며 "정말 그런가.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인가"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대선 이후부터 현재까지 무려 178회에 달하는 대통령 퇴진, 탄핵 집회가 임기 초부터 열렸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마비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십 명의 정부 공직자 탄핵을 추진했다"며 "탄핵된 공직자들은 아무 잘못이 없어도 소추부터 판결 선고 시까지 장기간 직무가 정지된다. 탄핵 남발로 국정을 마비시켜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관, 방통위원장 등을 비롯하여 자신들의 비위를 조사한 감사원장과 검사들을 탄핵하고, 판사들을 겁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자신들의 비위를 덮기 위한 방탄 탄핵이고, 공직기강과 법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야당은) 위헌적 특검 법안을 27번이나 발의하면서 정치 선동 공세를 가해왔다. 급기야는 범죄자가 스스로 자기에게 면죄부를 주는 셀프 방탄 입법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며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된 것이다. 이것이 국정 마비요,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토로했다.
안보 위기에 대해서는 올 6월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 사건과 지난달 40대 중국인이 드론으로 국정원을 촬영하다 붙잡힌 사건을 소개했다. 현행 법률로는 외국인의 간첩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없어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았다는 설명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를 두고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간첩을 잡지 말라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외부 유리창이 계엄군 진입으로 파손돼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
예산 삭감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의 내년도 특경비, 특활비 예산은 아예 0원으로 깎았다"며 "금융사기 사건,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마약 수사 등 민생 침해 사건 수사, 그리고 대공 수사에 쓰이는 긴요한 예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을 향한 수사 방해를 넘어 마약 수사, 조폭 수사와 같은 민생사범 수사까지 가로막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간첩 천국, 마약 소굴, 조폭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나라를 망치려는 반국가세력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원전 생태계 지원 예산, 체코 원전 수출 지원 예산, 차세대 원전 개발 관련 예산, 기초과학연구, 양자,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예산 삭감 등을 지적했다. 동해 가스전 시추 사업 '대왕고래' 예산 삭감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 해킹 사실을 소개하며 세간에 떠도는 부정선거 의혹을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헌법기관들과 정부 기관에 대해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다"며 "국가정보원이 이를 발견하고 정보 유출과 전산시스템 안전성을 점검하고자 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기관임을 내세우며 완강히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시스템 장비의 아주 일부분만 점검에 응하고 나머지는 불응했다. 시스템 장비 일부분만 점검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그래서 저는 이번에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당시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한 이유를 직접 설명한 것이다.
그는 "비상계엄 해제 이후 민주당에서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보류하겠다고 해 짧은 시간의 계엄을 통한 메시지가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틀 후 (민주당은) 보류하겠다던 탄핵소추를 그냥 해 버렸다. 비상계엄의 명분을 없애겠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대통령으로서 발령한 이번 비상조치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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