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하야 후 대선' 제시했지만…尹, 탄핵 심판 받기로
공개 이탈표 5명…표결 참여하면 추가 발생 가능성
차기 원대가 변수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시기를 두고 '내년 초 하야 후 조기 대선'으로 의견을 모았다. 사진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을 위한 본회의에 참석해 지지자들이 보낸 다양한 의견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시기를 두고 '내년 초 하야 후 조기 대선'으로 의견을 모았다.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 설득에 나섰다. '탄핵만은 안 된다'던 여당이 끝내 내놓은 대안이 윤 대통령 의중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어 국민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탄핵소추안 재표결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차라리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고심을 거듭해 내놓은 대안이 내놓자마자 무용지물이 될 상황에 처했다. 여당 내 탄핵 찬성 여론까지 커지면서 탄핵 반대 저지선은 이미 무너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국안정 태스크포스(TF)은 전날 '내년 2월 하야 4월 대선'과 '내년 3월 하야 5월 대선'을 골자로 하는 윤 대통령의 퇴진 로드맵을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 당 지도부는 이를 토대로 대통령실 설득에 나선 상황이다.
TF 위원장인 이양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가 이 안과 의총에서 의원들이 개진한 의견을 갖고 대통령실을 잘 설득해 주리라 믿는다"며 "오늘부터는 대통령을 설득하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해당 방안이 탄핵보다 훨씬 빠르고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헌재의 결정까지 규정상 최대 6개월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당의 방안을 수용할지 불확실하다. 당의 권고에 따라 하야할지 말지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또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내년 2~3월까지 윤 대통령의 권한은 법적으로 유지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며 대통령 권한을 행사한 바 있다.
사실상 군 통수권 또한 여전히 윤 대통령에게 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언제 다시 계엄이 선포될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끼며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권한 정지와 탄핵을 요구하는 민심에 못 미칠 수밖에 없다.
여당 내에서도 탄핵 찬성 여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진은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
대통령실에서는 여당이 제시한 하야보다는 탄핵에 대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여당의 제안은 이미 힘을 잃은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인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포함해 전직 검사 출신 중심으로 변호인단 구성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재판관 1명이라도 반대하면 탄핵안이 기각되는 헌재의 상황에 기대를 걸고 내란 혐의에 대해 법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 내에서도 탄핵 찬성 여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7일 탄핵안 첫 표결 당시 불참했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라며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또 자신의 당을 향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탄핵안 재표결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김 의원을 포함해 안철수·김예지·김상욱·조경태 의원까지 총 다섯 명이다.
당론에 따라 표결에 집단 불참했던 지난번과 달리 배현진·장동혁·진종오·김소희·박정훈·우재준·유용원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연달아 표결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이탈표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내 찬성 여론이 커지고 있는 것을 두고 "대통령실에서 차라리 탄핵을 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면 더 늘어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김상욱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탄핵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과 관련해 "명시적으로 의사를 표시하지 못하는 분들까지 포함한다면 10명 전후"라고 말했다.
다만 차기 원내대표로 누가 선출되는지가 변수다. 국민의힘은 12일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진행하는데, 후보로 출마한 권성동 의원과 김태호 의원이 재표결 참여 여부를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계파색이 옅은 김태호 의원은 기자들과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론을 통해서 자유의 의지를 가지고 투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 같다"며 표결에 참여해 자유 투표에 맡기겠다는 뜻을 보였다. 반면 대표적 친윤(윤석열)계 권성동 의원은 "아직까지는 탄핵 반대가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su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