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이후 7000억 추가 삭감
10일 본회의서 처리 예정
野 "합의 불발시 삭감안 처리 방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 직후 열린 규탄대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677조원 규모의 정부안에서 약 4조원 규모를 감액할 방침이어서 여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10일 본회의를 열고 2025년도 예산안을 처리한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양당의 정책위의장과 기획재정부 차관 등이 오후 4시부터 논의하고 있다. 결론이 날지 모르겠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면 민주당에서 했던 삭감안을 처리한다는 게 방침"이라고 못박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야당 주도로 67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중 4조1000억 원을 삭감한 감액 예산안을 지난달 통과시켰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 8일 민주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7000억 원을 추가로 삭감해 총 4조8000억 원을 감액한다는 방침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최근 내란 사태를 반영해 추가 감액 요소를 발견했고 그게 7000억 원"이라며 "대통령이 지금 사실상 탄핵 상태에 있고 국민의힘이 직무배제, 직무정지, 권한이양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 사업비를 추가 삭감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비서실 관련 예산과 여론조사 사업비, 경호 관련 예산 등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진 의장은 "대통령이 아무 일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비서실도 불필요하다"며 "사저에 있을 전직 대통령 경호 예산도 삭감하고 비서관급 정무직 공무원들의 급여도 삭감했다"고 밝혔다.
한민수 대변인도 "윤 대통령은 내란죄로 역사적 심판 뿐 아니라 법의 심판을 받지 않겠나. 그런 상황에서 퇴임 후 관저 등에 대해 막대한 예산을 배정하는 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황정아 대변인도 "7000억 감액안을 하나의 후보군으로 놓고 10일 예산안 통과를 목표로 양당에서 충분히 협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을 처리 시한으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결정함에 따라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논의가 멈추기도 했다.
정부도 다급하긴 마찬가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 의장과의 면담에서 "경제 안정을 위해 예산안의 조속한 확정이 필요하다"며 "여야 협상의 물꼬를 터달라"고 말했다. 이에 우 의장은 "비상계엄 사태로 국회에서 예산안 논의가 불가능해졌는데, 예산안 처리가 안 되고 있는 것이 마치 국회의 책임인 것처럼 기재부가 주장하는 건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8일 SNS를 통해 "감액 예산안을 그대로 확정하는 것을 협박 수단으로 쓴다는 건, 민주당이 감액한 예산안이 잘못이라고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정한 기자 |
다만 예산안을 탄핵 정국의 무기로 사용한다는 비판 여론으로 인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고심이 깊다. 국민의힘의 반발도 지나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8일 SNS를 통해 "감액 예산안을 그대로 확정하는 것을 협박 수단으로 쓴다는 건, 민주당이 감액한 예산안이 잘못이라고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계엄 사태를 둘러싼 여야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기란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선이다. 추경호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으로 지도부 공백 상태를 맞이한 국민의힘으로선 야당의 예산 공세를 이겨내기가 난망한 노릇이다.
이달 말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전년도 예산에 준하는 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준예산을 편성한 사례는 없어 본회의 처리가 연기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기도 한다.
rocker@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