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호적 당 기류와 국정운영 권한 위헌 비판도
'尹 즉시 퇴진' 요구하는 분노한 민심도 부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8일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사진은 한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국민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비상계엄 사태를 촉발한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도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즉시 퇴진'을 요구하는 분노한 민심이 강해 탄핵 사태를 안정적으로 수습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 총리와 한 대표는 8일 대국민 담화에서 2선 후퇴를 시사한 윤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질서 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으로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정국을 수습하겠다"라며 당대표와 총리 회동을 주 1회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도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국가 기능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하겠다"라고 말했다.
당정이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극심한 사회 혼란을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한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추진해 국민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의 퇴진 시기나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내놓진 못했지만 앞으로 당권을 쥔 한 대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사실상 윤 대통령의 힘이 거의 다 빠졌고 친윤(친윤석열) 의원들도 대놓고 대통령 편을 들기 어려워 전체적으로 보면 한 대표의 당내 그립감이 세질 수 있다"라며 "한 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 방식 등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을 때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한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영향을 줄 중요 포인트"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로에서 열리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
당내에선 윤 대통령의 하야와 임기 단축 개헌 방안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과정에서 한 대표와 한 총리 투톱 체제의 국정운영을 방식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론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헌법적·법적 근거 없이 총리와 여당 대표가 국정을 맡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얼굴을 바꾼 2차 내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긴급 회견문에서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공동 담화 발표 등을 통해 위헌적 행위가 마치 정당한 일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국민주권과 헌법을 무시하는 매우 오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헌법에 없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여전히 윤 대통령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계엄 사태 동조 의혹을 받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이 여전히 군 통수권자임과 함께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대통령 권한 배분을 두고 헌법 위배 가능성이 있다며 비판적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정작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직무 배제와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의 관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조기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이 우세한 점은 부담이다. 또한 당내 기류도 한 대표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계파색이 옅은 재선 의원은 "당내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숙의해서 결정할 문제 아닌가 생각한다"며 속도 조절의 필요성 제기했다. 친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이 언급한 '국정운영'과 '정국 안정 방안'의 주체는 한 대표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적잖은 내부 갈등 조짐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