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반 집회, 국회대로 사이에 두고 고함·욕설 '신경전'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여의도=이하린 인턴기자 |
[더팩트ㅣ여의도=이하린·송호영 인턴기자] 찬 바람이 부는 '여의도'가 후끈 달아올랐다.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정치적 최대 위기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진영 간 장외전이 치열했다. 국회 안에서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두고 갈리는 여야 의원들 못지않았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많은 시민이 몰렸다. 오후 2시께 윤 대통령이 국회에 방문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몰린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반인의 국회 출입을 제한했고, 경찰은 국회 정문을 걸어 잠그며 출입을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은 "왜 국회에 시민이 들어가지 못하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하지 않았다.
대신 국회 앞은 둘로 쪼개졌다. 의원회관과 가까운 국회 2문 앞 인도에서 시민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며 퇴진을 촉구했다. 일부 시민은 촛불을 들고 "탄핵하라"를 연신 외쳤다. 참여 인원이 인도를 가득 메워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인도 한쪽에서는 윤 대통령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국회대로 건너편에서는 보수 성향 집회자들이 "위헌적 탄핵 반대" "탄핵 저지"를 외치며 맞불을 놨다. 폭 25m가량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정치 이념이 다른 시민들은 고함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날 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이유는 다양했다. 전직 법무사 조윤문(68) 씨는 눈물을 흘리며 "계엄날(3일) 밤을 꼬박 새울 정도로 무서웠다"며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국회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나모(29) 씨는 "집이 근처인데 계엄령이 발동되고 헬기 소리가 났다"며 "총 든 군인들이 국회 안으로 들어온다는 게 충격적이어서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지난달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도 탄핵을 외쳤다. 송모(18) 양은 "최근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했던 '소년이 온다'에서 5·18에 있었던 일들이 현실로 벌어진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며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를 요구하는 맞불집회에 대해서는 "계엄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어른들이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비상계엄 사태를 바라보고 있을까.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을 촬영했던 영국인 사진가이자 한국 체류 4년 차인 폴 개드(54) 씨는 "윤 대통령은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해 국가를 망쳤기 때문에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