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생중계로 상황 중계…안정적 메시지도
당내 리더십도 굳건…조기 대선 가능성에 사법리스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까지 급박한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부각됐다는 정치권 분석이 나온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까지 급박한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부각됐다는 정치권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로 조기 대통령 선거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대권 주자로서의 면모를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3일 늦은 오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이재명 대표는 국회로 즉시 이동했다.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대통령은 계엄을 즉시 해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SNS 생중계를 켠 이 대표는 "지금 이순간부터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이제 곧 탱크와 장갑차, 총칼을 든 군인들이 이 나라를 지배하게 된다.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여러분이 함께 나서 지켜달라"고 국민에게 당부했다.
군과 경찰이 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아서자 이 대표는 담장을 뛰어넘기도 했다. 재적의원 190명의 전원 찬성으로 계엄이 해제되자 당원들에게 "국민 여러분 안심하셔도 된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계엄 해제 선언 전까지 국회에서 자리를 지키겠다"며 "국민을 위협하는 불법, 위헌 개헌 선포에서 반드시 국민의 안전과 생명, 재산을 지켜내겠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계엄이 해제된 이후에는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 내부 논의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탄핵을 곧장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정했다. 또 당원들에게 추가로 메시지를 보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명백한 국헌 문란이자 내란 행위다. 계엄을 해제한다 해도 윤 대통령과 이에 가담한 인사들의 내란죄가 덮어지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정상적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음이 온 국민 앞에 명백히 드러났다. 즉각 대통령에서 물러나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이 대표와 민주당의 대처가 빛났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권정당의 대표로서 국민들에게 안정적 모습을 보이며 차기 대권 구도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졌다고 보고 있다. 야6당의 탄핵소추안 제출까지도 잡음 없이 속전속결로 이뤄지기도 했다.
만일 탄핵안이 통과돼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여러 지표상 이 대표가 대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시선이다. 선거 시점이 앞당겨진다면 그간 자신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돼온 사법리스크도 일정 부분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도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데다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불소추 특권으로 항소심이나 상고심 재판이 중단될 수 있다.
정치권에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이 대표와 민주당의 대처가 빛났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윤석 기자 |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내년 초에 있을 선거법 항소심이 이 대표로서도 중요한 것이었다. 당선무효형이 나온다면 후보 교체론이 나왔을 텐데 이런 상황이 돼버렸으니 이 대표 중심으로 민주당은 더 똘똘 뭉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부도 이 대표에 대해서 더 부담을 가질 수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상황이 좋아졌다. 대권 가도도 탄탄해졌다고 봐야 한다"라고 했다.
다만 이날 이 대표는 조기 대선 가능성에 말을 아꼈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일단 이 상황을 잘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들의 저력을 믿고 신속하게 안정적으로 잘 수습될 거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확고한 입지를 굳혀가자 당내 대항마로 분류되는 비명계 주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친노와 친문의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급히 귀국하기로 했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의 SNS에 "당초 미국 싱크탱크 초청으로 미국 방문 일정이 예정돼 있었지만 모두 취소하고 급히 귀국길에 오른다"며 "발걸음이 무겁지만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지키는 깨어있는 시민의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김동연 지사는 "윤 대통령의 2시간 쿠데타가 나라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나락에 빠진 경제, 혼란에 빠진 사회, 무너져 내린 민주주의 누가 책임져야 하나"라며 "이제 윤 대통령은 탄핵 대상이 아닌 체포 대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야5당 비상시국대회에 참석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