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만에 국회 의결로 해제…"위헌·위법한 계엄 선포" 지적
민주당 "즉각 퇴진 않으면 탄핵 절차 돌입"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그 뒤 7년 9개월, 대한민국의 대통령 탄핵 시계가 다시 돌아가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명분 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실정을 저지르면서 스스로 '탄핵 눈덩이'를 굴린 모양새가 됐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0분쯤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가결했고,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거쳐 선포 6시간 만인 4일 오전 4시 20분 다시 대국민담화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했다.
계엄 선포는 삼권 분립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행정부의 수반이 꺼내들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카드 중 하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이런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명분조차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가적 위기도 아닌 상황에 본인의 곤궁한 입장을 일거에 해소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만연하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야당의 잇따른 관료 및 판·검사 탄핵, 예산 삭감을 언급했다. 유례 없는 탄핵 추진으로 국가 사법·행정 업무를 마비시키고, 각종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런 행위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한다"고 규정하며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국가 기능이 마비된 정도라는 이 판단에 대다수가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조차 선포 직후 "위헌, 위법한 계엄 선포"라고 단정지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 '종북 반국가 세력'이 누굴 지칭하는지 명확히 설명하지도 않았다.
이같은 비판 속에 더불어민주당은 본격적으로 탄핵 추진을 선언했다. 4일 오전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윤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으면 탄핵 절차에 즉각 돌입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원천 무효이고, 중대한 헌법 위반이자 법률 위반이다. 엄중한 내란 행위이자 완벽한 탄핵 사유"라며 "윤 대통령은 즉각 사퇴하라. 즉각 퇴진하지 않을 경우 국민 뜻을 받들어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6개 야당은 국회 의안과를 찾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접수했다. 탄핵소추안은 5일 본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다. 본회의 보고된 이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하도록 돼있어 이르면 6일 오전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추진연대 소속 더불어민주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오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대국민담화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결국 윤 대통령이 탄핵의 명분을 쥐어준 모습이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 전까지 민주당은 개별 의원들이 탄핵을 주장하기는 했으나 지도부나 당론 차원에서 탄핵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대신 하야와 함께 임기단축 개헌을 꺼내들었고, 김건희 여사·채 상병 특검을 요구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었다.
중대한 법 위반이라는 탄핵 요건이 성립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있었고, 탄핵이라는 극단적 카드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비상계엄 선포로 여론이 끓어오르는 가운데 계엄에 대한 위헌성 지적도 쏟아지면서 탄핵 추진에 힘이 실리게 됐다.
현재 범야권 의석은 192석으로,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해서는 적어도 여당 의원 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앞서 국회에서 통과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은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됐는데 190명 중 18명이 여당 의원이었다.
여당은 일단 탄핵 언급 없이 내각 총사퇴,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책임자 문책, 윤 대통령 탈당 등 세가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다만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된 만큼 당론 차원으로 끝까지 탄핵을 거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동훈 대표는 4일 비상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각 총사퇴,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 등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 대통령의 탈당 세 가지를 요구했다"며 "첫 번째, 두 번째 제안에 대해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고, 세 번째 제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어 계속 의견을 들어보기로 잠정적으로 결론을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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