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빠져나간 국회, 쌓아둔 집기로 아수라장
밖에선 시민 수백 명 "윤석열 퇴진" 구호 외쳐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내 시설들이 파손되어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국회 본관은 계엄군을 막기 위해 동원됐던 가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일부 시설이 파손돼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국회 밖에서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이날 오전 9시경 국회 본관 2층 제5회의장 특별위원회 옆 출입문에는 책상과 의자 등이 미처 정돈되지 못하고 쌓여 있었다.
사무실에 있던 회전의자를 포함해 층층이 겹쳐 올린 철제 의자와 책상이 입구를 막고 있었고 칸막이와 서랍장, 선풍기와 박스 등도 동원돼 출입구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출입문도 부서진 채 쓰러져 있었다. 문고리 주변은 원형으로 찢어져 있었고 나무 문은 통째로 떨어져 바닥에 눕혀 있었다.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내 시설들이 파손되어 있다./국회=배정한 기자 |
본관 1층 후문 앞에는 철제 의자들과 택배 상자가 출입문 높이로 들어서 있었다. 출입구 한 편은 청테이프와 나무 막대기로 막아져 있고 내부엔 소화기 20여 대가 놓여 있었다. 정문 오른편에도 미처 치워지지 못한 의자와 소파, 책상이 한 곳에 모아져 있었다.
2층 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 앞 복도에는 의자와 책상 10여 개가 본래 자리를 벗어나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국민의힘 당대표실 앞 복도는 집기 없이 깔끔한 상태였다.
국회 밖에서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쳤다. 시민 수백 명은 정문 양옆에 배치된 경찰들 사이에서 '윤석열을 체포하라', '부역자를 체포하라', '반란군인 경찰을 체포하라' 구호를 함께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외부 유리창이 계엄군 진입으로 파손돼 있다. /이새롬 기자 |
일부 시민은 철구조물 위에 올라가 '김건희를 특검하라' 등 피켓을 들었다. 직접 쓴 '윤석열을 하야하라' 문구를 들어 보이는 시민도 있었다.
경남 창원에서 올라왔다는 시민 김모(79) 씨는 "민주주의 나라에서 말이 되는 일인가 싶어 심야 버스를 타고 왔다"며 "전날 밤 뉴스를 보고 가슴이 들끓어서 집에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서 온 시민 김모(21) 씨도 '윤석열 퇴진 심판' 문구가 쓰인 A4용지를 가방에서 꺼내며 "뉴스를 보고 몸이 먼저 행동해야 한다고 반응해 새벽 5시 차를 타고 급하게 올라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오후 10시 28분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 동의로 계엄 해제 결의안을 가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 20분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