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박' 수위 높이는 야권…검찰개혁 입법 추진은 '아직'
입력: 2024.11.27 10:00 / 수정: 2024.11.27 10:00

이재명 선고 두고…야권 '정치검찰 무리한 기소' 한 목소리
정치전문가들 "명분 될 수 있지만 입법 추진 적기 아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심 선고를 계기로 야권이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서면서 검찰개혁 입법 추진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며 동료의원들과 악수를 하는 이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심 선고를 계기로 야권이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서면서 검찰개혁 입법 추진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며 동료의원들과 악수를 하는 이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심 선고를 계기로 야권이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유죄, 위증교사혐의 무죄 선고 모두 정치검찰의 먼지떨이 식 수사와 무리한 기소가 근본적 원인이란 데 의견이 모아지면서다. 야권의 대여공세가 검찰개혁 입법 추진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검찰개혁 4법(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수사절차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는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등을 향해 검찰개혁 입법에 동참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26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검찰의 기소독점이 얼마나 큰 폐해를 불러오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며 "검찰개혁 입법을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적폐청산에 검찰을 활용하다가 윤석열 괴물을 키웠고 검찰개혁이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는걸 벌써 잊었느냐"며 "검찰은 더 이상은 고쳐쓸 수 없는 괴물이라는게 여러차례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에 묻는다, 언제까지 이렇게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있을 것이냐"며 "집권 후 하겠다는 건 집권 후 검찰을 활용해 정치보복하겠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민주당도 이 대표 선고를 계기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와 기소권의 민주적 통제 필요성엔 호응하는 분위기다. 당내 검찰개혁태스크포스를 이끄는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정적제거용 기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이 대표의 정치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정치 검찰이 억지로 짜깁기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왼쪽부터). /배정한 기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왼쪽부터). /배정한 기자

김 수석부대표는 "검찰도 묻지마 기소에 대한 사과와 항소 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권 회수를 넘어 이제 보니 기소권도 민주적 통제 하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이 지난 8월 발의한 검찰개혁 4법에는 기소권을 시민들이 통제하는 기소심의위원회 설치 방안도 포함돼있다.

검찰개혁은 민주당·혁신당의 지난 4·10 총선 공약으로 두 당은 일찍이 입법 공조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9월 검찰개혁 3법(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처법·검찰청폐지법) 성안을 완료했지만 당론 발의 여부와 시점을 저울질 중이다.

정치전문가들은 이 대표 무죄 선고가 검찰개혁 추진 명분이 될 수는 있지만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밀어붙이기에 적기는 아니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이 대표 관련 수사·재판이 한창인 때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겠다'는 정치권 논의는 방탄·물타기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검찰개혁 법안은 야권에서 단독처리 될텐데 여론의 호응을 얻을 만큼 논의가 성숙되지 않았다"며 "검찰이 선택적 기소한다는 데 동의하더라도 '검찰은 기소만 해야 한다'는 걸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건희 특검법'이 더 효과적인 대여공세 수단이라는 점도 검찰개혁 추진이 미뤄지는 요인 중 하나다. 박 평론가는 "김건희 특검법은 대통령 재의요구권만 넘어서면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가 시작될 비교적 간단한 사안"이라며 "검찰개혁은 그에 비해 새로운 수사·기소 기구 설치 논의, 수사역량 손실 우려 등 논의할 내용이 복잡하고 광범위하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지금보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 더 확실한 동력을 얻을 수 있는 때"라며 "지금은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국민들에게 와닿는 메시지나 공약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도 통화에서 "국민들은 정치검찰의 행태엔 부정적이지만 검찰개혁에 대한 인식은 4년 전 '실패 버전'에 머물러있다"며 "왜 검찰개혁이 필요한 지, 개혁된 수사기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딱 와닿는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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