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추도식, 日 대표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자
입력: 2024.11.22 22:08 / 수정: 2024.11.22 22:08

日, 추도식 이틀 전 '극우 인사' 던지듯 발표
"정부 관계자 참가 의의"...무색해진 외교부


사도광산 추도식을 이틀 앞두고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고위급 참여 인사는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인물로 확인됐다.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했던 우리 정부의 명분이 흔들리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사도광산의 상징적 채굴터인 아이카와쓰루시긴긴잔의 도유노와리토. /AP. 뉴시스
사도광산 추도식을 이틀 앞두고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고위급 참여 인사는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인물로 확인됐다.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했던 우리 정부의 명분이 흔들리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사도광산의 상징적 채굴터인 아이카와쓰루시긴긴잔의 '도유노와리토'. /AP.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사도광산 추도식을 이틀 앞두고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고위급 참여 인사는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인물로 확인됐다. 일본의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했던 우리 정부의 명분도 흔들리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외무성은 22일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사도광산 추도식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외무성은 "이쿠이나 정무관이 23~24일 이틀 일정으로 사도시를 방문한다"며 "방문 중에 추도식에 참석하고 사도광산 시찰 등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무관은 한국의 차관급으로 앞서 우리 정부가 희망했던 일본의 고위직 인사에 부합한다.

하지만 이쿠이나 정무관은 2022년 참의원(상원) 의원에 당선된 직후 그해 8월 15일 일본 패전일에 맞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인물이다. 야스쿠니신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 등 일본이 벌인 여러 전쟁 가운데 사망한 군인과 민간인 등 246만여 명이 합사된 곳이다. 전쟁에 강제로 동원된 한국인 2만여 명의 위패도 일본 정부의 일방적 추진에 따라 합사됐다.

일본의 침략 전쟁을 미화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자가 강제동원으로 고통받은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하는 행사에 일본 대표로 나온다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추도식을 코앞에 두고 일본 정부가 던지듯 발표한 인물이 야스쿠니신사 참배 인사라는 점은 추도식에 참석할 한국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주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 점을 고려하면 일본 정부의 이번 조처는 굴욕은 안겨준 것이란 목소리까지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모두 8차례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의 책임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줄곧 밝혔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극우 인사'로 분류되는 것 역시 논란이다. 그는 참의원 선거 전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한일이 징용과 위안부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데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대립하는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21일 외무성 부대신과 정무관 이·취임식 참석에서는 "내년은 전후 80년, 일한 국교정상화 60주년이지만 한국이나 중국과는 많은 과제가 있는 만큼 일본으로서 할 말은 확실히 하고 일본의 평화를 실현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도광산 추도식은 우리 정부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한 전제 조건 중 하나다. 하지만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극우 인사가 일본 대표로 추도식에 참석하게 되면서 그 명분이 흔들리게 됐다. 당시 외교부는 "이번에 일본이 약속한 추도식은 일본 정부 관계자도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마저도 무색해졌다.

일본 정부가 보여줘야 하는 '진정성'과 관련한 위험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 바 있다. 현재까지 행사의 성격뿐 아니라 추도사 내용까지 불투명하다. 또한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의 경비는 우리 정부가 부담하게 됐다. 앞서 일본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추도식 명칭에 '감사'라는 표현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국 정부가 이를 반대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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