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무례' 논란 홍철호 "적절지 못한 발언 사과"
외교부 브리핑서 사도광산 추도식 관련 질문 쏟아져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이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질문한 부산일보 기자에게 '무례하다'고 표현한 것을 사과했다. 사진은 홍 수석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뉴시스 |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尹 골프' 거짓해명 대통령실, 이번엔 '무례한 기자' 논란
-대통령실이 골프 거짓해명 논란이 거센 와중에 고위급의 부적절한 언사로 또 논란을 일으켰다고.
-홍철호 정무수석이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문제의 발언을 했어.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무엇 때문에 사과하는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취지로 질의했어. 홍 수석은 당시 질의한 부산일보 기자를 언급하면서 "그 질문은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사과를 했는데 마치 부모가 어린아이에게 '뭘 잘못했는데'라고 하는 듯한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어. 이 발언을 두고 언론과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어.
-이 기자의 매체가 소속된 대통령실 지역기자단은 즉각 홍 수석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어. 홍 수석이 기자의 질문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하고 언론의 역할과 기자의 사회적 책임을 부정했다는 거야. 태도를 시정하라는 말이 사실상 일종의 보도 가이드라인을 준 게 아니냐는 거지. 이어 대통령실 등록기자단과 중앙기자단도 각각 입장문을 냈어. 등록기자단은 "대통령실의 비뚤어진 언론관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중앙기자단은 "국민을 대신해 질문할 의무가 있는 기자가 대통령에게 한 질문을 홍 수석이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발언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어.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확하게 어떤 부분을 사과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 않나.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제공 |
-기자회견을 현장 또는 각종 방송을 통해 지켜본 기자들 사이에서 이 기자의 질문은 정곡을 꿰뚫었다는 평가가 많았어.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그 이유는 정확히 밝히지 않고, 오히려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이었어. 질의권을 얻은 부산일보 기자는 기자회견 막바지에 이를 정확히 짚어냈거든. 또 기자가 질문을 위해 사용한 어휘도, 태도도 '무례하다'고 지적받을 부분을 찾기는 어려워. 이 기자는 "다소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으로 사과를 하셨다. 회견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며 정확한 설명을 요청했어. 대통령을 비꼬는 듯한 태도도 전혀 아니었다는 게 현장 분위기였어. 많은 국민들도 이런 평가에 동의할 거라 생각해.
-논란이 커지자 결국 홍 수석은 대변인실을 통해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관련 답변 과정에서 정무수석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해당 기자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정무수석으로서 본연의 자세와 역할을 가다듬겠다"는 사과 입장을 전했어. 내용이 더 있는 게 아니라 저게 다였어.
-이번 사태로 대통령실이 언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와. '바이든 날리면' 논란 이후 해당 매체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했던 전례도 다시 소환됐어. 그동안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여러 차례 '가짜뉴스'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는데, 스스로 그 명분을 깎아내린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와. 저 질문이 무례한 질문이라면 듣기 좋은 말만 보도하는 게 '진짜뉴스'냐는 거지.
지난 21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은 사도광산 '부실 추도식' 우려로 뜨거웠다. 브리핑에서 나온 질문만 모두 19개로 이 중 사도광산 관련 질문만 17개였다. 브리핑 시간 또한 기존에 비해 3배 정도 길었다. 사진은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 /임영무 기자 |
◆사도광산 '부실 추도식' 우려에 뜨거웠던 외교부 브리핑장
-지난번 외교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고?
-응. 지난 21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있었던 일인데, 여느 때보다 질문 수도 많았고 브리핑 시간도 길었어. 브리핑장이 후끈 달아오른 까닭은 사도광산 추도식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지. 추도식은 오는 24일 열리는데 당시 기준으로 보자면 약 사흘 앞둔 때였어. 하지만 그때까지도 추도사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고, 우리 정부가 희망했던 일본의 고위급 참석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지. 무엇보다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의 경비를 우리 정부가 부담하게 되면서 일본의 '진정성' 논란에 불이 붙었어.
-당시 브리핑에서 나온 질문만 19개였고 이 중 사도광산과 관련된 질문이 17개였어. 보통 정례브리핑은 5분 안쪽으로 끝나거나 이를 살짝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날은 15분 넘게 브리핑이 진행됐지. 격렬(?)했던 분위기 속에서 질문을 던지는 기자와 이에 답하는 대변인의 모습은 마치 창과 방패 같았어. 그래서인지 팽팽한 신경전도 감지됐지.
사도광산 추도식은 오는 24일 일본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다. 추도식을 이틀 앞둔 지난 22일에서야 일본 고위급으로 외무성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차관급)이 참석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지난 2022년 참의원 선거 당선 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인물이다. 사진은 사도광산의 상징적 채굴터인 아이카와쓰루시긴긴잔의 '도유노와리토'. /AP. 뉴시스 |
-어떤 질문과 답변이 오갔는데?
-브리핑 중에 '추도식이 단순히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자리가 된다면 우리 정부는 이에 책임질 계획이 있는지'라는 질문이 있었어. 앞서 일본 니가타현 하나즈미 히데요 지사가 이번 추도식과 관련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사실을 보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취지로 밝힌 적 있었기 때문이지. 이에 대변인은 "추도사 내용을 기자님은 보셨느냐"고 물었어. 그러면서 "저희가 추도사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무슨 내용이 있는지 말씀드린 적 없는 것 같다"며 "가정적 상황에서 답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잘라 말했지.
-이어진 질문에선 유족의 비용을 우리 정부가 부담한다는 것과 관련해 '비용 문제는 일본 측의 책임 부담 성격이 있었기에 비슷한 선례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고려되지 않은 것이냐'는 물음이 있었어. 대변인은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지. 그러자 "그래도 어쨌든 대변인인데 선례에 대해 조사가 안 된 거냐"는 반문이 있었어. 대변인은 "선례에 대해 확인해 보겠다"라고 했지.
-추도식은 예정대로 24일에 진행되는 건가?
-응. 원래는 7~8월 열릴 예정이었는데 한일 간 협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약 3개월가량 밀리게 됐어. 추도식은 오는 24일 일본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다고 해. 추도식을 이틀 앞둔 22일에서야 일본 고위급으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이 참석한다는 발표가 있었어. 문제는 그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인물이라는 거야. 과연 일본이 이번 추도식에서 사도광산과 관련한 과거사를 인정하고, 유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할지 의문이네. 일본의 진정성을 믿고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한 우리 정부의 선택이 옳았는지 한번 지켜보자고.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