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특검법 관철 기조 이어가지만
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화에 혼란 거듭
국민의힘, '단일대오'...이탈표 기대 옅어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결과가 예상보다 중한 가운데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관철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모습.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이후 혼란을 이어가면서 '김건희 특검법'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당초 민주당은 다음 주 예상되는 재의표결에서 이탈표를 노리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대야 공세의 기회를 잡은 국민의힘은 내홍을 딛고 결속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서는 당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검찰이 이날 이 대표를 추가 기소하며 재판은 5개로 늘어났다.
19일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관철에 집중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건희 특검 거부는 윤석열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특검법이 관철될 때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자신과 부인의 수사 문제를 다음 정권의 대통령에 넘겨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손으로 정리할 것인지 이제 선택해야 한다"며 "특검을 수용하고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재표결은 오는 28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당초 재표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이탈표를 노린다는 전략을 세운 바 있다. 앞서 민주당은 1심 선고 하루 전인 14일,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내놓았다. 기존의 14개 수사 대상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라 불리는 선거·공천개입 의혹으로 축소했다. 특검 추천권도 야권 단독에서 대법원장 추천으로 바꿨다. 여권의 우려를 대폭 반영한 것으로, 반대 명분을 없애겠단 전략이었다. 특히 국민의힘이 당정 갈등으로 분열하는 상황에 친윤계와 각을 세워온 친한계에서 이탈표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당정갈등으로 내홍에 휩싸인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를 계기로 대야 공세의 기회를 잡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왼쪽부터)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Dr.인요한의 한국형 구급차 2.0 국회전시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그러나 지난 1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혐의 1심 판결이 예상보다 중하게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1심 선고 이후 당정 갈등을 딛고 결속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전날(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이 대표 1심 선고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거나 오버하지 않겠다"며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지만, 오는 25일 예정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의 결집력은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28일 예상되는 재표결에서 이탈표는 지난번 4표보다 적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검법 수용을 고민하던 의원들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굳혔을 것"이라고 봤다. 김건희 특검법이 재표결을 통과하려면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등 이 대표의 차후 재판 준비에 당력을 동원할 방침이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변호사 선임 등 문제를 이 대표가 (혼자) 관리했다면, 이제는 당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하거나 율사 출신 의원들이 법률위원회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당 검찰독재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준호 최고위원도 "선고 이후에 좀 더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팩트 부분을 명확히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검찰에서 만들어 놓은 거짓과 궤변을 전제로 내려진 판결이라 보고 있으며,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가시화하면서 대여공세의 동력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김건희 특검법은 국민 여론이 높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금 뭘 해도 '사법리스크 물타기'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남은 건 국민적 설득력과 여론전"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국민적 눈높이에서 보면 '이재명 부부에게는 가혹하게 하는데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민주당이 정교한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