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게시판·김건희 여사…한동훈의 침묵과 비껴가기
입력: 2024.11.20 10:00 / 수정: 2024.11.20 10:00

韓, 당원게시판 당무감사 요구에도 발언 자제
김건희 특검법 등 정국 달군 현안에 말 아껴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방한 글이 대거 올라왔다는 이른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한동훈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박헌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방한 글이 대거 올라왔다는 이른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한동훈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민생 행보를 이어가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에 말을 아끼고 있다. 한 대표와 한 대표의 가족 명의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대거 게재됐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는데도 발언을 삼가고 있다. 여의도 문법을 따르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한 대표가 중대 사안에 관해 침묵하거나 즉답을 피하는 일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당 내홍 조짐마저 보인다. 친윤(친윤석열)계는 연일 한 대표를 향해 당무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하루빨리 의혹을 털어내자는 주장이다. 친한(친한동훈)계는 당원의 개인 신상 정보를 들춰낼 수 없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당무감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 봉합되는 듯한 당정 갈등이 당원 게시판 논란 탓에 재차 집안 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당내 잡음이 커지는 데도 정작 한 대표는 의혹에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주진우) 법률위원장이 말씀드린 것으로 갈음하겠다. 제가 더 특별히 더 드릴 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말했다. 주진우 의원은 지난 13일 한 대표가 비방글과 무관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14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없는 분란을 만들어 분열을 조장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가족들에게 확인했는지에 관한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한 대표의 침묵은 반복되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첫 녹취가 공개된 뒤로 침묵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 씨의 통화 녹취가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당정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대통령실과 별개로 한 대표의 '입'에도 시선이 쏠렸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공천 개입 논란이 커지는데도 어떠한 의견을 내지 않다가 대통령의 사과와 전면 쇄신을 요구하며 나흘 만에 침묵을 깼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더 특별히 더 드릴 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더 특별히 더 드릴 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한 대표는 야당이 계속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서도 꾸준히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민주당은 본회의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수사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제3자 특검 추천의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한 대표는 수정안 검토 계획에 관한 물음에 "특별히 더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달 30일 취임 100일 가자회견에서도 김 여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안 발의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을 향해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특검을 도입해 김 여사의 여러 의혹에 대한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특검법 방탄에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걸고 있다면 큰 오산이고 착각"이라며 "특검법을 국민의힘이 거부한다면 국민은 윤 대통령보다 국민의힘을 더 강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대표는 지난 8월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이 불거졌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인사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모인 광복회와 야당이 부적절한 인사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여당 일각에서도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보다 톤이 낮았다. 광복절 전 대통령실과 야당이 이념 논쟁을 벌이며 첨예하게 맞붙는 상황에서 한 대표는 다소 거리를 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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