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징역형 집유'…이재명 대권-민주당 앞날 '먹구름'
입력: 2024.11.15 19:04 / 수정: 2024.11.15 19:04

당내 비명계 목소리 커질 가능성↑
25일 위증교사 혐의 선고까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당선무효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임영무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당선무효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암초를 만났다. 사법리스크의 1차 관문으로 불리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예상외로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가 나왔다. 이 대표는 항소를 즉각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은 표정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당내에선 비명계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 이재명 체제에도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15일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 참여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개인적으로 몰랐다고 발언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오래전부터 알았다고 보고 허위사실로 판단했다. 지난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특혜 의혹을 받는 백현동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에 이뤄졌다고 발언한 것으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되어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범행의 죄책과 범정이 상당히 무겁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 받은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 받은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 대표는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에 한 장면이 될 것이다.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 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며 항소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판단해 보시면 충분히 결론에 이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고, 아직 두 차례의 법원 판단이 남아있지만 이날 판결은 이 대표의 앞날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선거법 사건의 경우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도 제한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사용한 선거비용 434억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이날 벌금형보다 무거운 집행유예가 나오며 항소심이나 대법원 판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대선이 실시될 2027년 3월 전까지 대법원에서의 형이 확정되지 않는다면 대선에 출마할 수 있지만, 1심에서 상당 부분의 쟁점을 다룬 터라 항소심 판단이 예상보다 이르게 나올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같은 상황이 펼쳐진다면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도 먹구름이 낀 셈이다.

당장 민주당에선 새로운 대권주자에게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3김(김동연·김경수·김부겸)이 대표 주자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선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법부의 판단 매우 유감스럽다. 대한민국에 법의 상식과 공정이 남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긴 했지만 비명계가 이들을 중심으로 점차 세력화에 나설 것으로도 전망된다.

민주당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정청래 의원은 "때론 역사가 뒷걸음쳐 돌아가는 것 같지만 진실의 역사는 한 걸음씩 앞으로 전진해왔다. 우리는 끝내 이기리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지만 당내 주류 세력인 친명계를 중심으로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대표 체제가 공고화된 터라 당내에도 적잖은 분란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434억 원의 대선 선거 비용 보전 역시 현실적 문제로 다가왔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에선 중도와 외연 확장을 하면 되니까 어차피 잘 됐다. 대선 후보를 다양화하자는 기류와 사법부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두 개의 기류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김이 기지개를 킬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벌금형이 나왔다면 2심에서 감형이나 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 집행유예가 나와 사법리스크가 현실화 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 받은 후 차량에 탑승해 박찬대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 받은 후 차량에 탑승해 박찬대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박상병 평론가도 "국민 여론의 직격타를 맞을 것이고 이 대표 외의 플랜비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질 것이다. 이 대표의 리더십도 상당히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25일 예정된 위증교사 혐의 선고에다 대장동 사건이나 성남FC, 대북송금 등의 재판도 남아있는 점도 문제다.

다만 당장 당내 동요는 생기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최요한 평론가는 "민주당을 더 똘똘 뭉치게 할 수 있다"라고 봤다. 그는 "1심이다 보니까 다음 선고를 대비해 더욱 단일대오를 유지할 것이다. 김동연 지사나 김부겸 전 총리들이 움직인다면 오히려 비판을 들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아무리 방탄 보호막을 치고 사법부를 흔들어대도, 죄지은 자가 벌을 받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까지 훼손시킬 순 없다"라며 사법부의 판단에 긍정적 입장을 냈다. 다만 여권도 좋아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평가다. 김건희 여사와의 수사 형평성 문제가 오히려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수영 평론가는 "여권에도 폭탄이 떨어진 거라고 봐야 한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때리는데 실정법 위반 혐의가 짙은 김 여사에게는 솜방망이냐'라며 역풍이 불 수 있다. 사법적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여당에도 엄청난 후폭풍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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