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당 사무총장에 조사착수 당부
"불확실성 줄이는 데 도움"
친윤계, 당무감사 촉구…친한계는 신중 모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그의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면서 당내에선 선제 대응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윤석열 정부 합동 전반기 국정성과 보고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추경호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그의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면서 당내에선 선제 대응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명이인' 작성자에 의한 단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당무감사 등 적극 조치를 요구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재점화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여권 공세를 통해 내부 갈등 봉합에 집중하던 국민의힘 내부에서 또다시 계파 간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경호 원내대표는 최근 서범수 당 사무총장에게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언론사 포럼 일정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에 여러 이해하기 어려운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며 "이와 관련해서 많은 당원이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를 하고 의문점에 대해 빨리 해소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으니 조사에 착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 대표뿐만 아니라 한 대표의 가족들 이름으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취지의 게시글이 올라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시작됐다. 당원게시판에 들어가 작성자란에 '한동훈'을 검색하면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다수 발견됐다. 해당 글에는 단순 비판을 넘어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게시글은 작성자의 성만 공개되고 이름은 가려진 채 올라오는데, 최근 전산 오류로 인해 이름 검색 시 해당 당원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논란은 한 유튜버가 관련 영상을 올리면서 더 확산됐다.
당 법률자문위원회는 지난주 "유튜버의 허위 사실 유포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므로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진전된 조치는 없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라며 "게시글을 작성하려면 본인인증이 돼야 하는데 한 대표는 아직 안 돼 글 쓸 권한도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검과 특별감찰관 등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사실이 아닌 의혹에 대해 심각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선을 그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신속한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무감사와 법적 조치를 통해 논란과 억측을 잠재워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민주당의 사법방해저지'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
하지만 친윤계를 중심으로 신속한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무감사와 법적 조치를 통해 논란과 억측을 잠재워야 한다는 것이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은 이날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대통령 부부를 향한 쌍욕 등이 몇백 건인가 몇천 건 있었다고 한다"며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소문과 추측이 더해져 당내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정갈등 봉합되는 과정에 이런 사건 터져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 당원들의 당무감사 요구 분출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당 지도부를 향해 "분쟁의 근원을 제거해야 하지 않느냐"며 "없다고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 대표에 대해서 욕설이 있었다고 하면 당 지도부가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처했겠나"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당무감사를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만약 허위사실이었다고 한다면 그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KBS라디오 '전격 시사'에서 "당에서는 한 대표가 쓴 글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데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당원 탈을 쓴 잠입한 간첩들인 욕쟁이 저질 당원 모두 색출해서 반드시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쓴 글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 '한동훈' 당원을 반드시 당에서 쫓아내야 한다"며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글을 쓴 사람들도 반드시 색출해서 당에서 쫓아내야 한다"며 엄중 대응을 촉구했다.
앞서 김민전 최고위원도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당무감사를 요구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채널A 유튜브에서 당사 앞 한 대표 사퇴 촉구 시위를 언급하며 "시위가 조금 무뎌지게 하는 방법의 하나가 당원 게시판에 대한 당무감사를 하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 몇 자리만 보여줘도 이것(해당 게시글)이 한 대표가 아니라고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친한(친한동훈)계는 관련 의혹을 일축하고, 당무감사 착수에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면서 해당 논란을 계기로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그런 비방의 글을 올리려면 한 대표가 실명으로 하기야 했겠냐"며 "당원 게시판에 많은 비방글들이나 사실 정도를 벗어난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이런 글들을 어떻게 관리할 건지에 대해 (당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 최고위원은 "당무감사 여부까지도 사무총장이나 당에서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 게시글 하나만 가지고 당무감사를 갈 사안인지는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 별개로 자유대한호국단이 지난 1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해당 글 작성자를 '스토킹 처벌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날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를 소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