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활비·특경비 전액 삭감…예산권으로 검찰 압박
사법부 예산은 241억 늘어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고 2025년도 예산안을 심사했다. 법무부의 에산안 중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전액 삭감했다. 사진은 정청래 법사위원장.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내년도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전액 삭감했다. 용처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아 검찰의 쌈짓돈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법원 예산은 증가했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뒷말이 나오기도 한다.
11일 정치권과 국회에 따르면 법사위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했다. 법무부와 법제처, 감사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헌법재판소, 대법원 등 6개 기관의 예산안을 심사한 결과 총 412억1700만 원을 증액하고, 705억8400만 원을 감액했다.
법무부의 예산안 중에선 검찰 특활비 80억900만 원과 특경비 506억9100만 원을 전액 감액했다. 법무부 산하의 인사정보관리단 경비 예산 4억1900만 원과 감사원의 특활비 15억1900만 원, 특경비 45억1900만 원도 삭감됐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나 정보활동에 쓰이는 돈이다. 현금으로 경비를 받아 쓰고 영수증 증빙은 따로 필요 없다. 특경비는 수사와 감사 등 특정 업무에 들어가는 비용을 실비로 지원하는 예산이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사용내역이나 지출 증빙이 제대로 되지 않은 피감기관의 특활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법무부가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자 이를 실행에 옮긴 셈이다.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법무부는 검찰 수사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특경비에 대해선 증빙 자료를 일부 제출하기로 했다. 정 위원장도 법무부가 자료를 제출할 경우 별도 간담회 형태의 예산소위를 다시 개최해 예산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사위는 법무부의 예산안 중에선 검찰 특활비 80억900만 원과 특경비 506억9100만 원을 전액 감액했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무부와 감사원, 대법원 등 소관기관 6곳의 2025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고 있다. /뉴시스 |
민주당은 이번 예산안을 기점으로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1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전현희 최고위원은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검찰은 특활비와 특경비 집행 내역 상세 증빙 자료를 제출하라. 수사에 써야 할 국민 세금을 떡값, 용돈 등 사비로 전용했다면 명백한 공금 횡령"이라며 "검찰에 엄중히 경고한다. 예결위에서 특활비 부활전은 꿈도 꾸지 마시라"며 "용처가 입증되지 않은 검찰 특활비 삭감은 반드시 관철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주철현 최고위원도 "검찰이 특활비와 특경비 지출의 적정성을 확인할 일체의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예산안 심의 권한을 침해한 이상, 전액 감액으로 대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라며 "22대 국회는 불법 편성된 검찰 예산의 전액 삭감 등 특단의 조치를 통해서 법무부와 검찰의 고질적 불법과 적폐를 발본색원하고, 국회 예산 심의 권한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을 둘러싼 국민적 정서도 우호적이지 않은 데다 세금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전액 삭감을 강행하더라도 긍정 여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 당 관계자는 전하기도 했다. 검사 출신의 박균택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자료를 제출하고, 의혹이 있는 예산에 대해선 설명하라고 기회를 분명히 줬는데도 자료 제출을 끝까지 안 했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커지지 않았나. 지금은 여야에 대한 수사 태도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에 (특활비 등에 대한) 의원들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특활비와 특경비는 전액 삭감된 반면 사법부 예산은 대폭 늘어난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법사위에 따르면 대법원 소관 예산은 약 241억 원이 늘어났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사건의 1심 선고가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주당이 사법부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특활비와 특경비는 전액 삭감된 반면 사법부 예산은 241억원이 늘어났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사건의 1심 선고가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주당이 사법부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국회사진취재단 |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검찰이나 감사원에 (민주당이) 날을 세우는 건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는 부분이지만 법원 예산을 늘려주는 건 강성 지지층에서도 언급하지 않는다. 사법개혁을 이야기하면서도 (예산을 늘려주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1심 선고를 앞둔) 지금이 가장 큰 고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법관 주제에"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우영 의원도 즉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0일 김 의원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고, 김 의원은 "깊이 사죄드린다. 저의 순간적 감정으로 당과 대표에게 큰 누를 끼쳤다"라고 밝혔다. 민감한 시기에 사법부를 자극하지 않고, 오히려 예산으로 배려 해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최 평론가는 "한쪽으로는 여론전으로 압박하고, 한쪽으로는 (예산으로) 당근을 제시한다. 예산을 통해 입법부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사적 잣대로 예산을 배분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